[체험기]눈 가리고 홀로 서니 섬뜩…안내견 지니가 ‘눈’ 되어줬다
나상현 기자
수정 2022-09-21 14:58
입력 2022-09-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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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보행체험 르포
안내견과 온전한 신뢰 속에 ‘안전 보행’안대로 눈을 가리고 인도 한가운데 서니 오감이 마비되는 섬뜩한 기분이 몰려 들어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살면서 한 번도 눈을 가린 채 야외에 내던져진 적이 없었다. 딛는 바닥 외에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 ‘지니’뿐이었다. 잔뜩 긴장한 손으로 하네스를 꽉 쥐고 “지니야 앞으로 가”라고 말했다. 기자의 말을 알아들은 지니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길이 익숙한지 지니의 속도는 다소 빨랐지만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똑바로 서 있는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감각을 상실한 상태에서 지니에 몸을 의지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계단을 내려온 이후에 순간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원래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런 심정을 이해하듯이 지니는 묵묵히 기자의 몸을 어느 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다시 한번 지니에 의지해 나아갔고, 도중에 장애물도 만났지만 결국 원래 시작점에 도착했다.
안내견과 함께 한 생애 첫 보행 체험은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안내견의 필요성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안내견에겐 일이 아닌 놀이…“일반견보다 오래 살아”
생후 8주의 안내견 후보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인절미 같은 새끼 리트리버들이 꼬리를 흔들며 취재진을 반겼다. 보행 중인 안내견은 만져선 안되지만, 안내견 후보생들은 일종의 사회화 과정을 위해 취재진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실제로 안내견은 일반견보다 빨리 죽는다는 편견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리트리버 안내견의 평균 수명은 13.9세로, 동일 견종에 비해 12개월 정도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996년 태어난 보은은 18년 이상 가장 오래 생존한 은퇴견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유 프로는 “특히 안내견에서 은퇴한 이후 매년 건강검진을 받기 때문에 병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빨리 발견할 수 있다”면서 “시각장애인 본인도 안내견과 살기 위해 한달간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전문가급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떠나간 안내견 그리는 추모비…“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유리 장한 그림 미래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아빠 엄마 형아 언니가.”
나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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