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촬영도 우주 공간도 가능” 시각효과에 한계는 없다

김지예 기자
수정 2021-05-04 09:31
입력 2021-05-03 16:49
‘시각효과 베테랑’ 백경수 M83 대표·정성진 이사
광활한 포도농장 위로 경비행기가 날며 휘발유를 흩뿌린다. 빈센조가 라이터를 던지자 밭은 순식간에 불길로 뒤덮인다. 마피아의 거대한 저택과 최고급 스포츠카도 화염에 휩싸이고, 세운상가와 똑 닮은 ‘금가프라자’까지 붕괴되는 장면을 보고 나면 이탈리아 로케이션과 촬영 스케일에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장소에서 촬영한 장면은 없다. 모두 시각효과(VFX·Visual Effects)로 창조해 낸 것들이다. 빈센조를 연기한 배우 송중기가 이탈리아에 간 적도, 폭발한 건물에 성냥불 하나 붙은 적도 없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해외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받는데, 그만큼 VFX가 자연스럽다는 의미라 뿌듯하죠.” 지난 2일 인기리에 종영한 ‘빈센조’의 명장면과 영화 ‘승리호’의 우주를 구현한 M83의 백경수 대표와 정성진 이사에게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두 사람은 영화 수십 편의 VFX슈퍼바이저를 맡았던 베테랑이다. 정 이사는 영화 ‘자귀모’(1999), ‘국가대표’(2008), ‘미스터고’(2013), ‘승리호’(2021) 등 100여편을, 백 대표는 영화 ‘괴물’(2006),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 등 70편에 참여했다. 한국 영화 시각효과의 이정표가 된 작품을 함께한 경험은 안방극장에서도 빛을 봤다. 해외 및 큰 스케일의 장면을 VFX로 대신하며 초반 시청자의 시선을 확실히 끌었기 때문이다.
초반 이탈리아 신들은 백 대표 등 소수 정예의 스태프가 현지로 넘어가 포도밭 등 리소스들을 수집했다. 이후 전체를 디지털로 만드는 ‘풀 3D’와 특수 시뮬레이션, 합성 등을 동원해 구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례적 상황으로, 6000컷 제작에 9개월간 약 8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실제 공장에서 촬영해 불을 붙일 수도 없어서 불과 인물, 사물이 닿는 아지랑이까지 자연스럽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백 대표는 “바벨제약 방화 장면이 포도밭 신보다 어려웠다”며 “드라마 제작진이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 준 덕분에 자연스러운 장면이 가능했다”고 돌이켰다.
“소품 만든 경험도 없었지만…‘승리호’, 우주SF 발판 만들어”
이밖에 빠르게 날아다니는 태양열 직광판과 배터리 등 다양한 구조물들을 추가해 현실성을 더하고, 별과 은하 등을 풍부하게 추가해 우주 공간을 완성했다. 많은 양의 모션 그래픽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요소였다.
2500컷 중 2000컷 이상에 VFX가 쓰였을 정도로 작업량이 많아 국내 8개 업체 1000명이 매달렸다. 그만큼 노하우도 축적됐다. 정 이사는 “우주 배경의 작품을 해 봤다는 것 자체가 장르와 이야기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에는 영화 분야 인력이 드라마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동하며 영상의 수준도 도약했다. 정 이사는 “코로나19로 영화가 침체기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시각효과를 적극 활용하면서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면서 “SF나 판타지처럼 영상의 질을 높이고 장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