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재즈 레전드 칙 코리아 80세로 타계
임병선 기자
수정 2021-02-12 09:14
입력 2021-02-12 08:01
EPA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홈페이지가 11일 밝혔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서 공표하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나 공식 사망 원인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50년 넘게 재즈 무대를 빛낸 그는 지난해에도 공연 실황 가운데 자신의 솔로 연주만 모은 더블 앨범 ‘플레이스’를 발표했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는 죽음을 예감한 듯 페이스북에 팬들에게 띄우는 글을 남겼다. “나는 음악의 불꽃을 끝까지 밝게 태우는 데 도움을 주고 내 여정에 함께 한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자 한다. 연주하고 작곡하고 공연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당신 스스로나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은 더 많은 아티스트와 더 많은 즐거움을 필요로 한다.”
65차례 그래미상에 후보로 추천돼 23번을 수상해 63년 역사에 네 번째로 많은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올 블루스‘(All Blues), ’트리올로지 2‘(Trilogy 2) 앨범이 다음달 14일 그래미 재즈 부문 후보에 올라 사후 수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1960년대 중반 블루 미첼, 윌리 보보, 칼 제이더, 허비 만과 함께 연주했으며 1968년 허비 행콕 대신 마일스 데이비스 그룹에 합류하며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데이비스의 명반 ‘인 어 사일런트 웨이’와 ‘비치스 브류’에 그의 피아노 선율이 실렸다. 스탠 게츠와도 호흡을 맞췄다. 1970년대에는 자신의 아방가르드 재즈 그룹 ‘서클’, 나중에 ‘리턴 투 포에버’를 이끌었다. 비브라폰 연주자 개리 버튼, 수많은 클래식 연주자, 라틴 재즈 등을 즐겼다.
빌 에번스, 호레이스 실버, 매코이 타이너 등을 이어받은 피아노 양식으로 1970년대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본보기가 됐고, 4도 음정을 사용해 독특한 왼손 음형을 구사했다. 칙 코리아의 많은 작품과 즉흥연주에서는 스페인 취향이 엿보인다. 신시사이저와 수많은 전자 건반악기를 사용해 경쾌하고 재미있는 선율에 록과 스페인 리듬을 결합해 청중들의 마음을 끌어 재즈를 넘어 폭넓은 청중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난해 앨범 발매에 맞춰 AP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달림이가 달리는 것을 좋아하듯 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에 피아노를 두드리는 것을 좋아한다. 기어만 바꾸면 다른 방향으로 옮겨 다른 노래를 만들고 내가 원하는 뭐든지 한다. 그래서 늘 실험”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모차르트를 비롯해 텔로니우스 몽크, 스티브 원더 등의 작품도 실었다.
1941년 6월 12일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컬럼비아 대학과 줄리어드 음대를 중퇴할 정도로 정규 교육 과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연주자로 활동하며 솔로 공연 때 손님을 불러 올려 함께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 2019년에는 뉴욕 필하모닉과 트롬본 공연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퍼커션 공연을 했다. 또 온라인 교습 프로그램 칙 코리아 아카데미를 만들어 질문을 받고 함께 수다를 떨곤 했다.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즐기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AP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행동해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다르게 좋아하는 방식대로 세상이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우리는 어울리고 협업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사이언톨로지 신도였으며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서 살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게일 모란과 아들 태듀스가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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