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수정 2019-01-02 09:36
입력 2019-01-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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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바위를 긁어 날짜를 표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늘 며칠이더라? 지금 몇 시지? 하는 질문을 늘 달고 다니는 우리는 항상 시간을 궁금해한다. 날짜를 알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존재가 인간이다.
오늘날로 치면 달력 같은 유물이 등장한 때는 대개 3만 년을 전후한 후기 구석기시대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만 한 뼛조각 등에 이상한 점들을 찍은 유물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 점들이 달의 운행을 표시하는 달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 털갈이 시기 들소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확실히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언제나 시간은 우리 인류에게 삶 자체와 같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흘러만 간다.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나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만 갔다. 우리에게 시간은 유형이면서도 무형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가고 어떤 때는 느리게 가는 것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고 한다.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하는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었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형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늘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 현재 미래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모두 현재다. 과거는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며, 미래는 우리의 기대와 전망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유형의 시간은 그저 흘러가지만 무형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라니 참 멋진 말이다. 2019년 새해는 즐거운 현재가 이어지길 소망한다.
2019-01-02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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