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누리지원금 직접 받아 납부하라” 사립유치원들, 원아수 줄여 폐원 유도 꼼수
유대근 기자
수정 2018-11-11 22:54
입력 2018-11-11 22:08
여름·겨울 각 5주간 방학 등 조건 요구도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 이후 일부 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면서 학부모에게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일부러 정원을 채우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울산의 한 사립유치원은 최근 학부모에게 원아 진급 신청서를 보내면서 ▲수업시간 오전 8시 40분∼오후 12시 40분 ▲여름·겨울 각 5주간 방학 ▲점심 도시락 지참 ▲자가 등·하원 등의 열악한 조건을 내걸었다.
이 유치원은 또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학부모가 국가에서 직접 받아 납부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원아가 유치원에 등록하면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급하는 형식이라 학부모가 이를 받아 납부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는 학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만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허울뿐인 진급 신청서를 보고 (진급을) 신청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면서 “아무 힘도 없는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울산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12일 특별감사를 벌이고, 위법 사항 등이 발견되면 사법기관 고발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유치원이 폐원하면 실업자가 될 판인데 보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폐원 결정을 한 사립유치원의 교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용보험에 들어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1년마다 직장을 옮길 수 있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퇴직금 급여(지급)가 안 된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사립유치원 교사는 고용보험이 아닌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로 분류돼 있어 실업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11-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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