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김정일 특사’ 조명록 방미… 클린턴 대통령 만나 북·미수교 논의

이제훈 기자
수정 2018-05-30 01:58
입력 2018-05-30 01:38
조명록, 군복 입고 백악관 찾아… 김영철 18년 만에 ‘고위급’ 방미
서울신문 DB
18년 전인 2000년 9월 당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사상 첫 국가원수급 방미로 뉴욕에서 일본, 스웨덴과의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아 놨다. 그렇지만 정작 김 상임위원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욕으로 가는 아메리칸항공(AA)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으면서 방미는 없었던 일이 됐다.
표면적 이유는 김 상임위원장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AA 측의 신체 보안검색을 거부한 것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당시 미국 정부와 AA 사에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통상 국가원수급에 대해 보안검색을 하지 않는 관례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상임위원장의 방미가 불발된 지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북한 권력 2인자인 조 부위원장이 미국 수도인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최고위급 인사의 방미가 이뤄졌다. 조 부위원장의 방미에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했다. 조 부위원장은 유나이티드항공(UA)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은 이번엔 항공사 측에 협조를 요청해 조 부위원장에 대해 이민·세관·검역 절차를 생략하고 특별라인을 통해 보안 검색대를 신속히 통과토록 했다.
조 부위원장은 미국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물론 빌 클린턴 대통령과도 만나 북·미 수교 등을 논의했다. 당시 인민군 차수였던 조 부위원장은 인민군 정복차림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북·미 간 상호 주권 인정과 적대관계 청산,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추진 등을 뼈대로 하는 ‘북·미 코뮈니케(공동성명)’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까지 논의했으나 바로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하면서 북·미 관계는 급랭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8-05-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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