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문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대학이 공부만 하는 공간은 아니라며 다른 학교, 학과 학생들과 어울리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라고 주장한다.
부경대 졸업생 김모(27)씨는 “대학만의 낭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어렵기만 하던 교수님과 함께 술을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고, 학기 초 서먹하던 동기들과도 친해진 계기가 바로 주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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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졸업생 남국성(26)씨도 “주점은 대학생활의 ‘꽃’”이라면서 “신입생 때 다른 학교 축제에 놀러가 친구도 사귀고, 과 주점에서 동기들과 함께 술을 먹으며 친해진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연합동아리나 대외활동이 아니면 아예 타 학교과 교류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축제 때 주점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이 된다는 뜻이다.
숙명여대 재학생 김모(21)씨 역시 “축제는 1년에 딱 한 번이지 않느냐”면서 “주점은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한 선배들도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일부 취객들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축제 주점 자체를 없애는 방향은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 축제에서의 주류 판매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면서도 “국세청과 교육부는 주점행사가 오랜 기간 진행된 대학생들의 축제라는 점을 고려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역시 주점 금지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주류를 제외한 재화와 서비스의 무상제공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음주 난동, 성희롱은 고질적 문제... 축제에 술이 있어야 한다는 건 ‘편견’
반면 이번 주류 판매 금지에 환영하며 주점 문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취객 등의 음주 난동, 고성방가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서강대 재학생 김모(22)씨는 “한쪽에 축제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또 한쪽에는 마지막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도 있다”면서 “술 문화 자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겐 교내에서 주점을 열고 밤늦게까지 음주 난동 피우는 걸 보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실제 축제 기간 주점 곳곳에선 술에 취해 길거리에 드러눕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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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한 대학 축제에서 ‘오원춘 세트’라는 이름의 메뉴를 판매해 논란이 됐다. 페이스북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이벤트, 성희롱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유흥업소도 아닌데 여대생이 가슴골이 파인 옷이나 짧은 치마 등을 입고 호객 행위를 하거나 술을 따르는 게 대표적인 예다.
성균관대 재학생 고모(27)씨는 “신입생 때 다른 학교 축제에 놀러갔는데 여학생들이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술을 따르고, 남학생들을 호객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한 대학에서는 방범을 콘셉트로 만든 ‘방범주점’에서 메뉴로 ‘오원춘 세트’, ‘고영욱 세트’를 내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주점에서는 오원춘과 고영욱씨의 사진을 넣은 현수막까지 내걸고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폐 주점 운영 등 해마다 대학 축제 주점 논란이 커지다가 이번에 급기야 금지까지 하게 된 데 대해, 결국 대학생들이 주점 외에 즐길 만한 학내 문화가 없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여대 졸업생 박아름(26)씨는 “무조건 ‘축제=술’이라는 등식이 청년 놀이문화의 부재인 것 같다”면서 “주점을 금지하면 오히려 대학만의 축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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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에서 축제 기간 판매하는 동양화과 부채.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실제 이화여대에서는 축제 기간 주점을 운영하지 않지만, ‘동양화과 부채’, ‘조예대 원석팔찌’ 등 전공 특색을 살린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