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전복’ 에어포켓 생존자 증언 “바닷물이 목까지 차올라”
오세진 기자
수정 2017-12-04 23:48
입력 2017-12-04 23:48
생존자 심모(31)씨와 이모(32)씨, 정모(32)씨 등 3명은 뒤집힌 낚싯대의 조타실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에서 무려 2시간 43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됐다. 심씨 일행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당시 상황을 힘들게 떠올렸다.
심씨는 이씨와 정씨 등 친구 2명과 함께 사고 당시 선창1호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에 있었다. 10여명이 한꺼번에 머무를 수 있는 선실은 이미 다른 낚시객들로 꽉 차 어쩔 수 없이 조타실 아래쪽 쪽방 같은 선실에 머물렀다.
사고는 출항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발생했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다고 한다. 심씨는 “배가 뒤집히고 잠시 후 전등이 나가면서 깜깜해졌다”면서 “낚싯배 밖으로 나가려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방수가 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경찰(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심씨 일행이 있던 작은 선실에는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에어포켓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바닷물이 목까지 찬 상태에서 해양경찰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올랐다. 말을 하면 산소가 더 빨리 닳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구조대와의 유일한 연결 채널인 스마트폰의 배터리 잔량도 점점 줄어들어 불안감은 커졌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구조대에 보낼 때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배터리를 아꼈다.
사고 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 물 속에 있는 다리가 점점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괴로울 때쯤 다행히 썰물로 물이 더 빠지며 배에 공기가 좀 더 공급됐고, 3명이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선반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뒤집힌 배 안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몸이 계속 물에 잠겨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5도로, 국제해상수색구조매뉴얼(IAMSAR)에 따르면 익수자의 생존 예상시간은 3시간 미만이다. 만일 이들이 선반 위로 몸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물에 잠겨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계속 치료 중이지만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씨 일행은 기적과 같이 살아 돌아왔지만, 조타실 뒤 큰 선실에 머물던 낚시객 상당수는 다른 운명을 맞았다.
이씨는 “뒤쪽 큰 선실은 낚싯배가 전복한 뒤 곧바로 물이 다 차올랐을 것”이라면서 “사고 직후 큰 선실 쪽에서는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돌아가신 분들이 참 안 됐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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