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민의 노견일기] 길에서 만나 가족으로…다롱이가 남긴 것

김유민 기자
수정 2017-09-22 22:23
입력 2017-09-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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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난 개의 가족이 되어준 다롱이네 이야기
다롱이는 큰 형이 군대를 가서 허전해진 집 한구석을 예쁜 몸짓으로 채워주었습니다. 저조차 홀로 거리에 남겨진 아픔이 있으면서 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고, 아들밖에 없는 우리 집 막내딸이 되어 웃음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말없는 가족은 대화도 늘었고 전에는 몰랐던 사랑을 알게 됐지요.
한창 공부를 하고 일을 할 땐, 바쁘다는 이유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 했는데 여유가 생기니 다롱이는 심장과 콩팥, 항문이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었어요. 그때부터 가족이 합심해서 심장약과 신부전 치료약을 번갈아 먹이고, 항문낭 수술을 했습니다. 함께 산책도 하고 여행도 다녔어요.
행복한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투병한 지 4년이 조금 넘어선 어느 날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가족사진을 찍고, 영상도 부지런히 남겼습니다. 가족들이 번갈아 다롱이 옆을 지키며 혼자 두지 않으려 했고,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녀석이 슬프지 않게 되도록 뒤에서 울고 앞에서는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주었습니다.
만성신부전 증세가 왔지만 병원에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어 수액기를 임대해 집에서 수액을 맞히며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귀도 안 들리고 다리도 절고… 다롱이는 거실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빤히 쳐다보곤 했어요. 3년만, 아니 봄날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곁에 있어주길 바랬지만 영영 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날’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출근을 하려는데 그날따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느낌이 좋지 않아 일찍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아침까지만 해도 축 처져 있던 다롱이가 엄마 왔다고 꼬리를 마구 흔들고, 3일 동안 입에도 안 대던 약과 간식을 먹고 아가처럼 눈을 반짝거렸어요. 큰 형이 올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버틴 거였습니다. 가족의 얼굴을 눈으로 꾹꾹 담더니 이내 평온히 눈을 감았습니다.
소원처럼 봄날은 아니었지만 초겨울, 유난히 해가 따스하게 들던 날 그렇게 갔어요.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다롱이만 없습니다. 9년 동안 큰 사랑을 주고 간 녀석이 보고 싶어서 불쑥불쑥 눈물이 차오르지만 슬퍼하지 않으려 합니다.
- 다롱이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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