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개 머니와 유기묘 나비의 시간

김유민 기자
수정 2017-09-15 17:08
입력 2017-09-08 16:20
구글에서 서울신문 먼저 보기
2003년 4월 우리집으로 온 머니. 남동생이 읽던 책 ‘열 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 나오는 강아지 이름에 가족의 성을 붙여 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면 잽싸게 나 잡아봐라- 도망을 가던 녀석과 매일 뜀박질하던 하루하루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머니는 투병 생활을 시작했어요. 살은 계속 빠지는데 종양은 커지고 복수가 차서 몸은 마르고 배불뚝이가 된 머니는 걷기조차 힘들어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변 실수를 하지 않던 녀석은 넘어지고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배변을 가렸어요. 그 모습이 기특하고 안쓰러웠습니다.
유기묘 나비를 입양했고, 머니는 아픈 몸으로 나비에게 마음 한 켠을 내어줬어요. 가끔 싸우기도 했지만 잠도 항상 같이 자고, 꼭 붙어 다녔답니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나비도 벌써 두 살이 되었네요.
늙은 개 머니와 유기묘 나비의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으련만 하루하루 머니는 더 말라갔고 걷기 힘들어졌어요. 늙은 개가 암과 싸우는 시간 동안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이 이렇게 갑자기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머니를 처음 만나던 해 초등학생이던 남동생은 군대도 다녀와 벌써 대학교 4학년이 됐어요. 스물 두살이던 저는 서른 여섯살이 되었네요. 그 긴 세월을 함께한 머니를 ‘가족’ 외의 다른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간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그 이야기가 오늘따라 떠난 머니를 더 보고 싶게 합니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슬픔도 무뎌지고, 아픈 기억도 희미해지는 날이 오겠지요. 그런 날이 부디 저에게는 천천히 왔으면, 조금 더 오래 머니를 보고 싶어하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머니·나비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