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벌·나비 없고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
수정 2017-03-31 18:48
입력 2017-03-31 18:26
침묵의 봄
아름다운 한 마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초토화된 후, 더이상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이 왔다. 생명이 만개할 봄이건만, 꽃은 피지 않았고 벌과 나비도 사라졌고, 그들을 먹이로 삼았던 새들은 더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이런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세계 곳곳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5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침묵의 봄은 이제 한반도에서도 시작되었다. 벌과 나비가 사라졌으며,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는 찬란한 봄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침묵의 봄’ 출간 이후 세계 각국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줄였다. 하지만 살충제 사용이 줄었다고 능사는 아니다. 인류가 고안해낸 살충제보다 더 독한 화학물질은, 더하여 탐욕으로 충만한 자본으로 뿌려 놓은 악마적 소산은 이미 도처에 차고 넘친다. 녹색 외투 지구를 파괴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신통치 않다. 카슨의 말을 빌리자면 “고속도로를 달릴 것이 아니라 좀 낯설더라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 곧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자본이라는 고속도로에 편입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과연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소군원’(昭君怨)에서 노래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오늘 우리 현실이 되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2017-04-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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