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바람 핀 12살 연하남 죽일 뻔한 가장,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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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진 기자
수정 2016-06-06 16:23
입력 2016-06-06 16:23

부천지원, “살인미수죄 저질렀지만 성실한 가장”

회사원 A(35)씨는 최근 아내의 달라진 행동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귀가 시간이 늦어진 것은 물론, 아내는 잠자리를 피했다. 아내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은 늘 깨끗이 지워져있었다.

지난해 8월 아내의 바람이 들통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벽 3시가 됐는데도 아내는 거실에서 휴대전화로 낯선 남자와 카카오톡을 나눴다. 초등학생 딸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데려가 아내를 추궁하자 바람 핀 사실을 인정했다.

A씨가 이성을 잃은 것은 단순히 아내의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아내의 내연남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오전 6시, 아내를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아내의 내연남이 있는 부천의 한 지하철역까지 갔다.

‘아내의 남자’는 낯설지 않았다. 전날 자신이 집으로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신 아내의 전 직장 동료 B(23)씨였기 때문이다. 동갑내기인 A씨 부부보다 무려 12살이나 어렸다. A씨는 배신감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길에서 주운 각목으로 B씨에게 달려가 뒤통수를 내리쳤다. 느닷없는 습격에 놀란 B씨가 도주하자 A씨는 타고 온 차를 몰고 가다 B씨를 들이받았다.

그래도 A씨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A씨는 공중으로 떴다가 보닛 위로 떨어진 B씨의 온몸을 수십차례 때렸다. 경찰이 도착한 것은 B씨의 왼손 중지가 일부 절단되고 머리에 피를 심하게 흘리는 등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은 후였다.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B씨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등의 부상으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바람을 핀 상대방이 평소 알고 지낸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우발적으로 그랬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6일 “피고인은 피해자가 차량과 충돌하거나 차량에 깔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차량 충격 후에도 각목으로 피해자를 마구 구타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며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잔혹했고 중한 결과를 발생했지만 피고인은 가정과 직장에서 성실하게 생활한 평범한 가장이었다”며 “불륜으로 시작돼 살인미수로 끝난 비극으로인해 피해자뿐 아니라 피고인과 다른 가족들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어린 딸과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내의 부정을 용서하고 감싸면서 어떠한 벌도 달게받겠다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치료비 중 일부를 지급했고 3천5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부천의 법조계 인사는 “피고인이 비록 살인미수죄를 저질렀지만, 아내와 불륜 상대방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어 이례적으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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