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성추행 상사’ 유죄판결 났지만 떠난 건 피해자
이성원 기자
수정 2016-01-14 23:24
입력 2016-01-14 23:02
A씨는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 자신의 직속 부하 여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과 신체적 접촉을 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습니다.
형량은 높지 않았지만 유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검사나 피해자 측은 크게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피해 당사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만에 하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감당하지 못할 절망감에 휩싸일까 봐, 그게 염려스러워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4년 말 발생한 ‘국가인권위원회 성추행’ 사건입니다. 다른 기관도 아닌 인권위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인권위가 사후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사이 피해자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별것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시선들이 꽂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A씨가 사내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것도 큰 부담이 됐다고 합니다. 결국 피해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른 정부 부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유죄판결을 받은 A씨는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면 피해자는 다시 한번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에도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받은 성적 굴욕감 때문에 변호인에게 재판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당당하게 항소심 재판을 받아들이겠다고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를 떠나 피해자가 더이상의 큰 고통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1-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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