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닿아 있다, 천재성과 광기
김성호 기자
수정 2015-11-14 01:50
입력 2015-11-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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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거나 천재거나/체자레 롬브로조 지음/김은영 옮김/책읽는 귀족/568쪽/2만 5000원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역사 속 유명한 천재들의 광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들춰내 흥미롭다. 법의학과 범죄인류학 창시자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정신의학자가 실증적 조사를 통해 천재의 특징과 그 능력 뒤에 숨겨진 광기를 자세히 분석한다. 니체, 뉴턴, 쇼펜하우어, 루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천재들의 기행을 소설처럼 풀어 천재성과 광기의 비밀스러운 메커니즘을 폭로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책에 드러난 천재들의 정신병적 기행과 퇴행의 양상은 대체로 이렇게 모아진다. 매우 대비되는 성격이 극단적인 양상으로 오락가락하며 자의식과 자부심이 강하면서 매우 이른 나이에 기괴한 방식으로 천재성을 드러낸다. 많은 경우 마약류나 흥분제와 각성제를 남용했고 호젓하게 한곳에 몰두하지 못한 채 계속 떠돌아다닌다. 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열정을 접지 않는다.
그렇다면 천재들의 광기는 무엇일까. 저자의 주장은 일단 ‘한쪽이 극도로 발전해 한쪽이 모자라게 된다’는 이론에 편승한 듯하다. 그렇지만 뇌의학적 근거와 통계적 뒷받침이 허술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인종과 유전이 천재성과 광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영웅과 제왕의 모험적이고 화려한 역사를 전달하는 데 진력하고 많은 사람들의 눈에 중요하게 보이는 전쟁에 대해선 시시콜콜히 기록하며 열심이었지만 심리학적 측면에 대해선 전혀 도외시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곱씹어볼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광기란 어느 시대에 발현되는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먼 옛날 야만과 미개의 시대에 광기의 폭발이 만연했던 게 대표적 예이다. 천재의 광기가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 역사 속에 편입되는 운명을 맞고, 아니면 정신병원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천재와 정신이상의 현상은 유사하며 또 일치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자연이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최고의 불운이라고 할 광기에 대해선 존중하는 마음을, 동시에 천재의 걸출함에 지나치게 현혹되는 것엔 경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천재는 정해진 궤도를 지키며 도는 행성이 아니라, 궤도를 잃고 지구 표면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유성과 같은 존재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5-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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