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의 시작… 제자의 ‘창조적 배신’

이은주 기자
수정 2015-09-25 23:30
입력 2015-09-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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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죽인 제자들/정명섭 지음/알에이치코리아/296쪽/1만 5000원지식의 진보와 문명의 발달은 수많은 사제 지간을 통해서 이뤄졌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거나 혹은 증오하면서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세계와 가치관을 완성해 나간다. 스승과 제자 간 숙명과도 같은 이러한 갈등과 도전, 충돌, 파괴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왔다.
책은 총 10개의 사례를 통해 스승과 제자 간 창조적 배신의 역사를 되짚는다. 정도전은 스승인 이색에게서 성리학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스승이 보지 못했던 모순을 봤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색과 반목한 정도전에게 스승을 배반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결국 고려를 지키려고 했던 스승 밑에서 조선을 세운 인물이 나왔다. 예술계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우륵의 제자인 계고는 스승이 갖고 있던 가야금에서 가야의 색깔을 빼고 신라의 색깔을 집어넣었다. 덕분에 가야금은 가야와 신라가 멸망한 뒤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저자는 “세상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승과 제자 간의 치열한 삶 속에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과 원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5-09-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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