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안에 인간 있더라
함혜리 기자
수정 2015-08-22 04:57
입력 2015-08-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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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자의 동물원/최지원 지음/알렙/360쪽/1만 7000원괴롭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한 동물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동물이 모순된 여러 가지 감정에 따라 스스로 헷갈리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런 감정을 인위적으로 촉발시킬 수 있다며 학을 춤추게 하는 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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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는 먹을 것을 에너지로 움직이고, 마음은 좋고 싫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동물의 습성을 관찰하며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이 인간과 별다를 바 없음을 발견했다. 저자는 “유학의 세계에서는 모든 동물을 다스린다는 엘리트주의와 스스로도 벌레에 불과하다는 만물 평등주의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며 “그렇기에 조선 유학자들의 동물관은 동물과 자연에 대한 특별난 생각이 아니라 바로 인간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학자들은 동물의 마음을 추스르고 달래거나 동물의 눈치를 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동물의 행태뿐 아니라 마음에 대해 특히 관심을 두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려 시도했던 이익은 ‘성호사설’ 제5권에서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통해 영혼의 빈익빈 부익부에 대해 얘기한다. 음식 도둑질을 해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던 고양이가 다른 집으로 가서 배불리 먹게 되자 어진 본성을 드러냈다. 사람이 세상을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품성이 달라짐을 강조했다. 이익은 말똥구리와 새의 행위를 통해 동물의 눈치보기를 관찰한다. 군중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의견을 조정하고 결국 군중 전체가 비슷한 의견,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이 새 무리와 비슷하다. 유학자들은 동물, 심지어 해충의 억하심정까지도 헤아린다. 김성일은 ‘학봉집’에서 모기를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심정을 토로하고, 정약용은 오징어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고고한 백로의 이야기로 자신의 위선을 고백한다.
책은 인간보다 지능적이거나 헌신적인 동물 이야기도 소개한다. 이덕무는 쥐들이 음식물을 나르는 것을 관찰하고는 그 재주와 지능에 감탄한다. 이익은 어미 대신 동생을 돌보는 암평아리들에게서 형제간의 우애를 발견하고 성인이라고 치하하고 장사까지 지냈다. 동물의 행동에서도 오륜과 같은 유교적 윤리의식을 찾아내곤 했던 유학자들은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특권이 아니며 어떤 동물이라도 자유롭게 고유의 동물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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