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삶 딛고 대작 ‘사기’ 써낸 사나이
수정 2012-09-29 00:00
입력 2012-09-29 00:00
【사마천 평전】 지전화이 지음 글항아리 펴냄
‘사마천 평전’(지전화이 지음, 김이식·박정숙 옮김, 글항아리 펴냄)은 베일 속 사마천을 꼼꼼하게 추적, 해부한 첫 ‘사마천 전기’로 눈길을 끈다. 사성(史聖)이란 극존의 평가가 무색할 만큼 남은 인물사료가 없는 사마천을 빈틈없이 되살려놓은 노력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현대 ‘사기’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저자의 이 책(2004년 베이징출판사간)은 사마천과 사기 연구의 고전이란다.
우선 저자가 평가하는 사기는 세 가지 점에서 괄목할 대상이다. 그 시대의 근대·당대사에 대한 실록정신과 실천을 중시했고, 원래의 저술 목표와 이상을 일관되게 지켜냈으며, 역사학과 문학을 결합해 창출한 기전체 사학과 전기문학의 효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특장은 아무래도 인물 중심으로 역사 내용을 풀어내는 기전체 형식을 처음 쓴 사서라는 점이다. 그 기전체 역사서의 효시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사마천의 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요인임을 저자는 상세히 보여준다.
그러면 사마천은 어떻게 그런 전대미문의 사서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농촌에서 대대로 역사가를 지낸 집안에서 태어난 사마천은 ‘공자가 춘추를 남겼듯이 사실을 기록하라.’는 사관 아버지 사마담의 유언을 끝까지 지킨 것으로 돼 있다. 황제를 측근에서 보필하는 궁중의 미관말직이었지만 방대한 사료에 접근할 수 있었던 데다 전국을 돌며 역사적 사실을 직접 보고 고증할 기회를 가졌던 게 큰 밑거름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사마천 평전’에서 허구 아닌 실록의 사서를 견지했던 사마천의 저술 정신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한다.
거짓 없는 실록, 사기는 한 인물을 한쪽으로 몰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형평성있게 사실에 근거해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자객이나 유협을 비롯해 하잘 것 없는 인물 기록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저자는 그 다양한 사람, 특히 민중 편에 서서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인물들을 기록할 수 있었던 큰 이유를 사마천 자신의 처지에 연결하고 있다. 어찌 보면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핵심이다.
궁형을 당하는 극한의 치욕에서도 결국 ‘사기’를 쓰기 위해 죽지 않고 모든 것을 견뎌냈던 정신의 천착과 반추랄까. 130편, 52만 6500자의 대작 사기는 결국 절망의 늪에서 처절하게 건져올린 한 맺힌 고뇌의 산물인 셈이다. 1만7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9-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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