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운명은 선택의 문제
수정 2012-05-14 00:00
입력 2012-05-14 00:00
사실, 제가 아버지를 모두 닮은 것도 아니고, 어머니 또한 모든 것을 제게 물려주시지는 않았습니다. 유전의 확정성이 배제되는 만큼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건강한 식단을 지키면 비만이나 영양 결핍에 따른 문제를 겪지 않을 수 있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못 가진 폐활량과 근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운명은 예정된 결론을 향하는 과정이 아니라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가변적 실체임을 말해주는 과학적 근거인 셈입니다.
이는 환경이나 생활습관 같은 후천적 요인들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환치됩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후생유전학이 바로 이런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후생유전학에 따르면 특정 질병의 유발에 작용하는 요인의 80%는 생활습관에서, 나머지 20%는 유전적 문제에서 온답니다. 그렇다고 보면 우리가 그토록 신봉했던 운명이라는 것도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것임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의 조종이 아니라 스스로 콩을 뿌려 콩을 얻고, 팥을 뿌려 팥을 얻는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좋은 터에 좋은 씨앗을 심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먹고 사는 일이든, 자식 키우는 일이든.
jeshim@seoul.co.kr
2012-05-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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