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가 3차대전 막아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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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0-14 12:58
입력 2009-10-14 12:00

고르바초프 佛언론 인터뷰

“(베를린 장벽으로 상징되는) 1980년대 후반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으면 3차 대전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1980년대 후반 중동부 유럽의 지도를 바꾼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선택에 따라 옛 소련 연방은 물론 중동부 유럽의 정치적 지형은 달라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한 달 앞두고 당시 숱한 일화에 대해 말문을 열어 주목된다.



그는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련이 군대를 동원해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 시위를 저지하고 철의 장막을 유지하려고 했더라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논거로 동서부 유럽 모두 핵무기 개발을 많이 한 상태였고 철의 장막 주위에 200만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독일 통일과 관련,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변화를 비롯해 당시 벌어진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 열기,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이 맞물려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미국·소련이 6년 동안 대화가 단절돼 있었는데 몇년 뒤 관계 회복에 성공한 것도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1989년 서독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독일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묻길래 ‘21세기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동독 정세에 대해서는 “1989년 동독을 방문했을 때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은 변화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미에치스와프 라코프스키 폴란드 총리가 내게 다가와 ‘동독 시위대의 구호를 보면 이 체제는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9-10-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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