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야기4] 이슬람 메블라나 종단의 수피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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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24 00:00
입력 2009-05-24 00:00

신과 합일하려는 고뇌와 환희의 극치

이슬람에서는 세속적인 음악과 춤이 금지되어 있다. 인간의 말초신경을 건드려 신의 깊은 영성으로 향하는 길을 방해하고, 타락과 유혹의 길을 열어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신성한 이슬람 음악은 바로 신의 음성인 코란의 낭송이다. 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금기된 음악과 춤이 하나의 종교예술로 승화되어 오늘날 지구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슬람 신비주의 댄스가 바로 메블라나(Mawlana) 종단의 수피댄스이다. 이를 세마(Sema)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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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장 완벽한 춤이다. 신의 춤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신을 만나 하나 되고자 하는 춤이다. 춤꾼은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던진다. 다만 신의 부름에 따라 몸과 영혼을 움직인다. 둥글게 둥글게 돌고 또 돈다.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자신의 영혼에 거룩한 신의 영접이 올 때까지 돌고 돈다.

기도와 의식을 마친 수도자는 먼저 하늘을 향해 자신의 몸의 축을 세운다. 육신으로 서 있음은 지구를 떠받치는 하나의 작은 기둥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귀와 마음을 열고 알라를 부른다. 그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다. 참으로 인자하고 경외스럽고 눈물겹도록 거룩한 이름이다. 오른손은 하늘로 향하고 왼손은 땅을 가리킨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다, 완벽한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다. 수도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기운다. 23.5도. 지구의 자전축이다. 그 자세로 돌기를 계속한다. 3명이 돌고 5명이 돌고 어느 순간에는 21명이 옆으로 움직이면서 군무를 춘다. 마치 지구의 공전 같다. 자신이 돌고 또 전체가 군무처럼 공전하는 장면에 이르면 천상의 거룩함이 느껴진다. 누가 이런 춤을 완성했을까? 이런 영혼의 춤을 언제부터 추어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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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랄루딘 루미와 메블라나 종단

메블라나 종단은 터키 코냐 지방을 중심으로 전세계 이슬람권에 퍼져 있는 이슬람 신비주의 교단이다. 이슬람 신비주의를 우리는 수피즘으로 부르고, 그 수도자들을 수피라 일컫는다. 13세기 잘랄레딘 루미(Jalaluddin Rumi: 1207~1273)라는 페르시아의 대철학자에 의해 창시된 이 종단은 불쌍한 이슬람 민중들에게 어렵고 경직된 코란의 말씀이 아닌 실천적 명상과 기도를 통해서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글자를 아는 지식인들에게만 열려 있던 하나님의 진리가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슬람 역사에서는 일종의 영성 혁명이었다. 루미는 종교적 관용과 깊은 인간의 사랑을 전한 인류의 대스승으로 그의 사상을 추종하는 공동체가 메블라나 종단이다. 이 종단은 특히 세마라는 회전춤을 통해 신과 합일하는 독특한 수피즘을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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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

61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도시 메카에서 무함마드라는 한 예언자에 의해 완성된 이슬람은 1세기도 채 안되어 질풍노도와 같은 속도로 세 대륙을 석권해 갔다. 그러나 아랍어로 계시된 코란과 아랍인 중심의 이슬람은 비아랍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웠다. 특히 아랍어로만 읽고 아랍어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가르침을 알 수 있다는 코란 경전은 어느새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신앙에는 계급과 차별이 없을진대.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은 이런 배경에서 생겨났다. 누구든 코란을 읽지 못해도 다양한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진정한 기도와 명상을 통해, 노래와 춤을 통해, 심지어는 이슬람에서 금기된 술을 마시고 엑스터시 상태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자 했다. 많은 선각자와 대학자들이 민중들을 이끌기 위해 신비주의 교단을 형성하고 체계적인 영성교육을 시작했다. 메블라나 종단을 만든 잘랄레딘 루미가 그중 가장 영향력 있고 잘 체계 잡힌 수피종단이다.

이슬람의 수피즘은 아랍어권을 벗어나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실크로드를 지나가면서 샤머니즘의 요소들까지도 이슬람 속으로 파고들 정도였다. 이처럼 고유한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린 이슬람은 수피즘을 매개로 세계화를 이루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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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신을 향하여

신과 하나 되는 수행의 길

몇 시간을 돌았을까. 갑자기 음악이 빨라지면서 회전 속도도 빨라진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수도자는 구슬 같은 땀을 흘린다. 간간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마지막 하늘의 관문을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그 순간 발이 들리는 느낌을 받으며 하나님을 만난다. 하나님이 자신의 몸과 영혼 속으로 빨려든다. 내가 신이요 신이 곧 내가 된다. 영성의 극치와 황홀감으로 몰아를 경험한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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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친절하고 도움주기를 흐르는 물처럼 하라/

연민과 사랑을 태양처럼 하라/

남의 허물을 덮는 것을 밤처럼 하라/

분노와 원망을 죽음처럼 하라/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기를 땅처럼 하라/

너그러움과 용서를 바다처럼 하라/

있는 대로 보고, 보는 대로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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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블라나의 일곱 가지 가르침이다. 지금도 그의 묘당이 있는 터키 중부 도시 코냐에는 터키사람들 뿐만 아니라 화해와 관용을 가르쳤던 그의 목소리를 듣고자 전 세계에서 순례객들이 몰려든다.

글 · 사진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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