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환 칼럼] ‘경주’는 없는 경주재선거
수정 2009-03-26 00:14
입력 2009-03-26 00:00
한나라당 후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심사과정에서 4명으로 압축됐다고 전한다. 지역에선 지난 총선서 낙선했던 후보의 재공천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친박 후보는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이, 친박 대결의 재연 조짐이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경주 발전 책임지겠습니다’,‘박근혜님과 함께 새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양측 사무실의 대형 걸개속 문구다.
경주 유권자들은 당혹스럽다.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다. 다시 친이, 친박 대립구도로 흘러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1년전 선거는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격전지 가운데 하나였다. 친박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선거법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번엔 새 인물을 내세웠다. 이번 선거가 리턴매치 형식이 됐다.
시민들은 친이, 친박 대결 조짐에 불만이다. 언론이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고 볼멘소리다. 중앙 언론은 처음부터 양측의 대립구도로 몰고갔다. 지역 언론도 자연스레 따라가고 있다. 모든 초점이 친이, 친박에 쏠렸다.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양측 진영을 제외한 후보들은 언론에 제대로 거명조차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불만이다. 주민들은 그럼 선거에서 ‘경주’는, ‘지역공약 대결’은 어디 갔느냐고 반문한다. 경주 지역 정서만 더 갈라 놓았다고 말한다.
유권자들은 곤혹스럽다. ‘친박’의 등장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총선 후 친박은 한나라당으로 돌아왔다. 적어도 형식적인 면에선 한나라당과 친박이 결합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정리를 못한 데 대한 서운함이다. 친박 후보는 아예 한나라당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다. 친박 깃발로 한나라당 후보를 반드시 꺾겠다는 결의다. 친박의 좌장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기간 경주를 찾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큰둥하다. 그렇다 해서 친이, 친박구도가 깨지겠느냐고 반문한다.
친이·친박은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최소한의 동지적 화해나 겸양은 없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경제 살리기’를 테마로 내세웠다. 부평, 울산북 등에서 전략공천 조짐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경주는 예외라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선거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누가 되든 시민들은 뒷맛이 개운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친박, 친이 모두에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주’없는 경주 재선거를 보는 심정이 착잡한 건 경주 시민만이 아닐 것이다.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2009-03-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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