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 만들기] 남편이 아이들을 심하게 때려요
수정 2006-08-30 00:00
입력 2006-08-30 00:00
-이하영(가명·43세)
A배우자든 자녀든 가족으로서의 욕구와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상황은 절대 용납돼선 안 됩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며 하루하루 불안정하게 살아왔다면 지금이라도 지체 없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알고도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일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제 없어야겠습니다.
폭력행위를 막지 못하는 가족은 결코 불행에서 빠져 나올 수 없습니다.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폭력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그 정도가 오히려 악화되기 때문이지요.
부모에게 학대받은 자녀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고 느끼며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또 부모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자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런 속에서 스스로 감정표현을 억압시키고 자신을 괴롭히던 어른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가출을 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지요.
폭력 행위자 역시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분노조절’이 어려운 나약한 사람입니다. 의도적으로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학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이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행동으로 스스로 왜곡해서 판단하고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어서 가정폭력 행위자의 약 70∼80% 정도는 성장과정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남편의 폭력적 행동에 맞서서 우선 “앞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폭력적인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선포하세요. 그러나 이렇게 선포한다고 남편의 공격적이고 난폭한 행동이 금세 바뀌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아내의 달라진 모습에 더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마세요. 대신 바로 행동으로 옮기세요.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르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경고한 뒤 그래도 폭력을 휘두르면 주저하지 말고 경고한 대로 경찰 ‘112’를 불러 행동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단 경고를 했으면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라는 것이지요. 행동할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겠다고 경고하지 말고 자신이 섰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가정폭력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면서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것은 단호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폭력행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흔들림 없이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서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세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만큼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남편을 도와 주는 길입니다.<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2006-08-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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