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2> 기와집과 제와장(製瓦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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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석 기자
수정 2005-12-13 00:00
입력 2005-12-13 00:00
우리나라 옛집들은 자연 환경을 최대한 살려 지어졌다. 계절의 온도 변화와 일조량을 따져 터와 방향을 잡았다. 심지어 지붕의 각도와 높낮이도 자연을 고려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기와집은 선조들의 자연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와는 해마다 갈아야 하는 볏짚 등에 비하면 아주 튼튼하고 멋있는 건축 재료다. 기와를 지붕에 얹은 한옥은 정성을 들인 만큼 수명이 길고 아름답다.

지붕의 어느 부위에 쓰이느냐에 따라 각기 이름과 모양이 다르다. 처마 끝을 장식하는 막새기와를 비롯해 넓적한 모양의 암키와, 둥근 모양의 수키와가 낱낱이 정교하게 짜맞춰져서 커다란 지붕을 이룬다. 암막새란 암키와 끝에 장방형의 드림새가 있는 것이다. 수막새는 수키와 끝에 둥근 드림새(일명 와당:瓦當)가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지붕 용마루 양끝을 높이 장식하는 치미( 尾)도 있다.

특히 살림집은 민족의 고유한 체취를 강하게 담고 있다. 이 요람 속에서 한국의 멋과 미가 오랫동안 자란 것이다.

한국의 기와집은 일본처럼 인위적인 기교를 자랑하거나 중국의 집처럼 장대한 위용을 뽐내지 않는다. 한국의 기와집은 조촐하고 의젓하다. 하늘을 향해 두 처마 끝을 사뿐히 들었지만 날아갈 듯한 경쾌함은 아니다. 단아한 추녀의 곡선에서 아낙네 저고리의 맵시가 느껴진다.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신으면 단정한 외씨버선 같은 기와지붕들이 서로 이마를 마주 비비고 모여선 곳. 여기엔 그 어떤 시새움이나 허세도 가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와에는 억지로 멋을 부리는 잔재주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소박함을 따른다. 기와에는 한국인들의 온화한 미덕과 담담한 마음씨가 넉넉히 담겨 있는 것이다. 집 속에서 마음이 편하고, 멀리서 두고 바라보면 한층 정이 가는 것이 바로 기와집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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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궁궐이나 관아 건물에 한정하여 다양한 기와류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일제 침략으로 조선 왕조가 멸망함에 따라 고유의 기와 문화가 단절 되고 만다.(경복궁)
조선시대에는 궁궐이나 관아 건물에 한정하여 다양한 기와류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일제 침략으로 조선 왕조가 멸망함에 따라 고유의 기와 문화가 단절 되고 만다.(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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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주택의 서까래들은 중. 상류주택보다 가늘며 부연(附椽)은 달지 않는다. 중·상류주택(왼쪽)과 서민주택 서까래 모습(오른쪽).
서민주택의 서까래들은 중. 상류주택보다 가늘며 부연(附椽)은 달지 않는다. 중·상류주택(왼쪽)과 서민주택 서까래 모습(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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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위에 올린 기와의 이음새 부분은 약간의 틈이 있어 참새들이 그 속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도 한다.(남산골 한옥마을)
담장위에 올린 기와의 이음새 부분은 약간의 틈이 있어 참새들이 그 속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도 한다.(남산골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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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북촌 한옥마을
눈덮인 북촌 한옥마을 단아한 기와지붕이 고풍스런 향취를 뿜어내는 서울 북촌 . 조선시대 관료들이 살던 유서 깊은 북촌지역은 2001년부터 서울시가 전통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관리하면서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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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마
불타는 가마 조선기와를 만드는 전통 가마는 아래쪽에 흙벽돌을 쌓아 가마의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또아리를 틀듯이 흙덩이를 붙여나가 마지막에 천장 중간에서 마무리한다.(전남 장흥군 안양면 모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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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획한획 정성모아
한획한획 정성모아 사찰에서는 예전부터 법당 지붕위에 기와를 시주한 공덕으로 소원이 성취되길 바라는 기와 불사(佛事)가 행해지고 있다.(서울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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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의 인면문원와당(人面文圓瓦當).(국립경주박물관)
통일신라의 인면문원와당(人面文圓瓦當).(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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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의 연화문(蓮花文) 와당(瓦當) (국립공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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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 구름, 문자, 꽃 등의 문자나 문양을 새긴 수막새.(남산골 한옥마을)
길상, 구름, 문자, 꽃 등의 문자나 문양을 새긴 수막새.(남산골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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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필즙와(金弘道筆葺瓦) ‘기와이기’ (국립중앙박물관 )
김홍도필즙와(金弘道筆葺瓦) ‘기와이기’ (국립중앙박물관 )














■무형문화재 제와장 기능보유 한형준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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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준 옹
한형준 옹
“흙일하는 사람이 부자는 못 돼도 한때는 괜찮았지. 양철 벗기고 너도나도 기와 올렸으니깐.” 전남 장흥에서 이제는 나라 안에서 하나뿐인 기와막을 짓고 사는 한형준(78·중요무형문화재 91호 製瓦匠)옹. 그는 전통 조선기와 가마에 불을 지피며 호시절을 돌이켜본다. 세 칸짜리 홀집지붕을 덮는 데 드는 기와가 4000장. 너도나도 고래등 기와집을 올릴 때면 한씨 혼자 수만장씩 구워내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으로 스레트지붕이 판을 치고 윤이 나는 기계식 기와에 시멘트 기와까지 득세하면서 한씨의 기왓장은 볼품없는 구닥다리로 전락해 갔다. 그는 그래도 “전통 기와는 매끈한 양기와가 따라오지 못할 질박하고도 은근한 멋이 있다.”며 주문을 해주는 이가 있기에 기와를 버릴수 없었단다. 지난해에는 주문이 거의 없어 가마에 딱 한번 불을 지폈다.

“기와막 소는 먹을 살이 없다.”는 말처럼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암수 기와의 조화. 해학과 익살이 깃든 막새 문양. 자연과 이루는 소박한 화음을 어쩌면 더이상 보고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글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05-12-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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