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문자 메시지
기자
수정 2004-01-16 00:00
입력 2004-01-16 00:00
대뜸 대학생들의 졸업여행을 떠올리며 “뭐,너희가 대학 졸업반이냐.”고 역정을 냈더니,‘다른 반 아이들은 다 다녀왔는데,자기가 워낙 망설여 겨우 이제야 떠나는 것이고,일정도 처음 계획보다 하루 줄인 것’이라고 오히려 투덜댄다.마치 옛날 냄새가 풀풀 나는 아버지를 둔 탓에 자기가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투로….
녀석이 떠난 날 오후 늦게,문득 신세대 문화로 다가와 있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생각해냈다.“임마,바다 좋으냐.회는 맛있냐.신나게 놀다와라.” 문자편지를 보내며 허를 찌른 짜릿함으로 마냥 흐뭇해하고 있는데,아니나 다를까 곧 답신이 왔다.
‘잼 나네요.ㅋㅋ.지켜요.ㅎㅎ.’ 아마 ‘재미있습니다.지켜봐주세요.’ 대충 그런 뜻 같은데,한참 읽어야만 했다.되레 내가 허를 찔린 기분이랄까.난 멀어도 정말 멀었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4-01-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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