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국세청·관세청 과세권 ‘핑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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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1-15 00:00
입력 2003-11-15 00:00
국세청과 관세청이 선박의 연료에 부과되는 교통세의 과세권을 서로 갖지 않으려고 나서고 있어 ‘큰 집’인 재정경제부가 교통정리에 나섰다.세금을 징수하는 권한을 확대하려는 것이 기관의 속성일텐데,그 반대의 현상을 빚고 있어 이채롭다.

14일 재경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 초 외항선박의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경유와 중유의 혼합제품)에 대한 과세권을 관세청이 갖도록 해 줄 것을 재경부에 요청했다.

현행 관련법의 규정에는 외항선에 사용하는 연료는 면세 혜택을 받지만 국내에 입항한 뒤 운항할 때에는 교통세를 내게 되 있다.예컨대 외항선이 1000ℓ의 벙커C유를 면세유로 구입해 미국을 운항하고 국내로 돌아와 남은 100ℓ로 부산을 운항했을 경우 100ℓ의 벙커C유 가운데 교통세 부과 대상인 경유에 대해서는 교통세를 물어야 한다.

지금은 관세청이 경유의 양을 측정해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해 주면 세무서에서 확인 절차를 거쳐 과세하고 있다.

과세권에 대해 먼저 문제를 제기한 국세청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한다.

김광 소비세 과장은 “행정적·효율적인 측면에서 관세청이 과세권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세관공무원이 적재물품 검사를 하면서 외항선에 남아있는 벙커C유의 경유 함유량을 파악해 통보하면 국세청은 교통세를 부과하기 위해 확인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복조사를 하는 행정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세무간섭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갖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수많은 외항선박이 항만을 출입할 때마다 선박에 남아 있는 경유의 양을 관세청에서 넘겨 받아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 번거롭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업무 협조의 문제이며,국세청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교통세법에 교통세의 과세와 관련한 규정이 있지만,과세권자가 누구인 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관세청은 내국세인 교통세 징수권은 당연히 국세청의 몫이며,관세청으로 이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재경부는 교통세법 시행령 등을 고쳐 징수기관을 관세청으로 넘기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행정력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승호 기자 osh@
2003-11-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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