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황혼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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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01 00:00
입력 2003-10-01 00:00
세계 최장수 국가중 하나인 일본은 늘어나는 노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노인 복지에 매년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하고도 모자라 인건비가 싼 필리핀에서 간호원과 간병인을 수입해다 쓰고 있다.이로 인해 이민자 유입이 급증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일본이 아예 돈을 주고라도 노인들을 수출하겠다고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이런 고민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유럽연합(EU) 국가들은 대부분 연금제도 개혁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연금을 낼 사람은 줄고,타는 사람은 불어나 연금재정이 파탄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독일에서는 젊은 층은 연금재정의 삭감을 요구하고 노인들은 이에 반대해 심각한 세대간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노인문제는 이들 나라보다 훨씬 심각하다.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전체의 7.2%로 아직 고령화 사회의 초입이지만 오는 2019년에는 이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고령화의 진행 속도 면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다.선진국에서 100∼200년 걸려 일어난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30년이 채 안 걸린다.
‘준비 없이 맞는 노인사회’.한국의 노인들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덜 된 나라에서 급하게 닥친 노인사회를 맞고 있다.가정과 사회에서 경로효친의 전통사상은 빠르게 자취를 감춰 가는데,이를 대체할 새로운 복지 시스템은 미처 갖추지 못했다.자식들은 부양의무를 기피하고,국가는 노인들을 외면한다.
정부의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올 7월까지 1만 2557명의 노인들이 자살했다.하루 7.5명 꼴이다.산업화 시대에 열심히 일했던 개발의 세대가 지금 ‘노인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쓸쓸한 노년을 맞고 있다.이들의 ‘황혼 자살’은 젊은우리들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염주영 논설위원
2003-10-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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