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실장 향응 파문 / 제1부속실장이 청와대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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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8-01 00:00
입력 2003-08-01 00:00
‘새만금 헬기파문’에 이어 양길승(사진·47) 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이 불거지는 등 청와대에 악재가 계속 터지고 있다.도덕성을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힘이 빠지는 일이다.양 실장은 노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최측근이다.

●양 실장의 향응 경위

양 실장은 지난 6월28일 청주를 방문,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 등 40∼50명과 저녁을 했다.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함께 일했던 오모 충북팀장이 “국민경선 때 고생했던 사람들을 격려해 달라.”고 요청,참석하게 됐다는 게 양 실장의 얘기다.양 실장은 당일 서울로 올라오려고 했으나,오 팀장 등이 “이대로 헤어지면 서운하니 가볍게 한잔 하고 가라.”고 제안해 2차로 K나이트클럽을 갔고 R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2차에는 양 실장과 오 팀장,K나이트클럽과 R호텔의 소유주인 이모씨 등 5∼6명 정도가 자리를 함께했다.양 실장의 향응문제가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은 이씨가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양 실장은 31일 “수사와 관련한 어떤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양 실장이 묵은 R호텔의 스위트룸 숙박료는 14만원 정도로 알려졌다.윤태영 대변인은 “술값과 호텔비는 오씨가 계산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구두 주의조치로 끝내

양 실장이 청주를 방문해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는 것은 7월8일 지역언론인 충청리뷰의 인터넷판인 오마이충북에 처음 공개됐다.

이호철 청와대 민정1비서관은 이 내용을 토대로 양 실장에게 사실을 확인했다.당시 양 실장은 “친목모임에서 술을 마셨다.”고 보도내용을 대부분 인정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구두경고를 하기로 했고,문희상 비서실장도 동의했다.하지만 오마이충북에는 이씨가 동석했다는 내용은 없었다.청와대는 당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등은 조사하지 않았다.청와대가 새만금사건의 책임을 물어 비서관급 3명을 경질한 게 6월25일이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향응제공 건에 대한 징계수위가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 실장 건은 특히 청와대가 지난 5월부터윤리강령을 통해 3만원 이상의 금전·선물·향응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 이후 발생,비판을 받고 있다.윤태영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의 1차 조사는 비서실장까지만 보고됐다.”면서 “대통령은 오늘 아침 이호철 비서관으로부터 경위 등을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제2의 음모론?

한달 전에 보도됐고,청와대가 당사자 경고로 매듭지은 사건이 불거지게 된 배경을 놓고 말들이 많다.비디오테이프까지 나옴으로써 음모론을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386핵심측근이 양 실장을 몰아내고 민정비서실쪽에 타격을 주려 한다는 설도 있고,반대로 386핵심측근들을 공격하는 측이 퍼뜨렸다는 관측도 나온다.청주 현지 인사가 청와대에 불만을 품고 양 실장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추측도 있다.윤태영 대변인은 “제2음모론은 실체도,근거도 없는 것”이라며 부인했다.

노 대통령은 “양 실장이 (회식과 술자리에)개인적으로 빠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수도 있겠지만,어울려 술 마시는 상황이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주의가 환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누구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 대통령의 광주경선을 승리로 이끌어 낸 ‘노풍(盧風)’의 일등공신이다.2000년 12월 서갑원 의전비서관의 소개로 노 대통령과 처음 만난 뒤 대선 캠프에 합류,2001년 3월부터는 광주·전남지역 조직책을 맡았다.경선 승리 후에는 후보 의전팀장을 맡았다.앞서 전남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전남대·순천대·목포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지냈다.

곽태헌기자 tiger@
2003-08-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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