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라싸로 가는 길
수정 2003-04-09 00:00
입력 2003-04-09 00:00
‘라싸로 가는 길’(바버라 헬렌 버거 글·그림,박향주 옮김,대교출판 펴냄)은 아이들에게 느리게 사는 법을 은근한 은유로 귀띔하는 책이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로 가는 길가에 한 할머니가 백발을 휘날리며 앉아 있다.잠시 뒤 말을 탄 사람은 할머니에게 라싸가 어디냐고 묻더니 ‘쌩’ 바람소리를 내며 달음질친다.그 뒤로 또 한 아이가 느릿느릿 야크(티베트 고원지방의 소) 한마리를 몰고 지나간다.세상 급할 게 뭐 있냐는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의 불교판이라고나 할까.말을 타고 허겁지겁 달려간 남자는 도중에 지쳐 떨어지고,급물살을 만나고 눈밭에 빠져도 한걸음 한걸음 찬찬히 나아간 아이가 라싸에 먼저 도착한다는 줄거리.
‘빨리빨리 병’을 한번쯤 고민하게 하는,속깊은 그림동화다.탱화를 닮은 부드러운 곡선의 배경그림이 읽는 이의 마음을 한결 넉넉하게 해준다.티베트 미술과 문화에 관심이 각별한 지은이는 티베트 라마승에게서 이야기의 소재를 직접 얻었다.8000원.
황수정기자
2003-04-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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