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도깨비 스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01-21 00:00
입력 2003-01-21 00:00
말 없이 두드리는 공연은 모두 ‘난타’의 아류? 비언어퍼포먼스의 전통이 거의 없는 국내 공연계에서 ‘도깨비스톰’(윤영선 연출)은 종종 그런 취급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싹튼 비언어퍼포먼스라는 공연양식이 보다 다양해지려면,무조건 ‘난타’의 서자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무엇보다 ‘도깨비…’은 국악에 기초한 음악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해,코미디를 부각시킨 ‘난타’와는 차별성을 가지기 때문.200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에인절 어워드에서도 음악부문으로 수상한 바 있다.

초연 뒤 정동극장에서 첫 장기공연을 갖는 이번 무대는 하나의 소재로 전체를 휘어잡는 솜씨가 전보다 진일보한 무대였다.회사원의 지긋지긋한 일상과 상사와의 화해를 도깨비 굿판에 매끄럽게 담아내 극적 통일성을 이뤘다.나열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 공연을 의식해 다듬고 다듬은 결과다.

회사원인 이 대리는 밀린 서류 앞에서 깜빡 잠이 든다.‘오케이’를 남발하는 박 과장은 이 대리를 ‘쪼고’,비굴하지만 이 대리는 일을 계속한다.순간 사무실의 집기들은악기가 된다.도장 찍는 소리,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책 넘기는 소리 등이 점차 리듬감을 띠면서 우울한 일상이 흥겨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갑자기 빛에 이끌려 어디론가 휩쓸려간 이 대리.우물에서 빠져 나오자 색색의 도깨비들이 항아리를 악기로 연주하며 놀고 있다.이어 ‘오케이’상사가 나타나 한 판 결투를 벌이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박,절구,대나무 등 전통적인 소재에서 나오는 소리와 수준급 국악연주가 어우러져 화합의 흥을 돋운다.

열정적 타악연주,단순명쾌한 줄거리,우스꽝스러운 연기 등은 어린이 관객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다.박과장의 ‘오케이’를 따라하며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객석을 떠나지 않을 정도.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국악을 교육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듯싶다.

어른 관객들도 친숙하게 국악을 접하고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다.다만 아쉬운 건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희화화됐다는 점.마임을 활용해 좀 더 정제된 연기를 보여줬으면 한다.타악연주는 전체로 따지면 풍성한 편이지만,장면마다 다른 악기가 쓰여 오케스트라보다는 협연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마지막 장면쯤에 현대적 소재와 전통적 소재,국악연주가 한데 어우러진다면 대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보다 잘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새달 16일까지 오후 7시30분.(02)7511-500.

김소연기자
2003-01-21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