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모두를 비추는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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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20 00:00
입력 2002-09-20 00:00
한가위다.1년중에 가장 풍요로운 때다.풍요롭고 맑은 날,‘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당연해서 잊고 사는 이치를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아파트의 아이들은 부족한 것이 없으나 자기 외에는 생각하는 것이 없고,똑똑하고 영악하지만 공동체가 뭔지도 모른다.추석날 아침,아파트의 아이들에게 세상은 더불어 살 수밖에 없음을 가르치는 어른이 되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마침 남북간에,북·일간에는 화해와 공영의 바람이 불고 있다.이 훈풍이 우리 내부의 삭막함도 걷어가면 좋지 않겠는가.

올해 보름달은 최악의 수마가 할퀴고 간 산하 위로 뜬다.설령 의연금을 내지 못하고,자원봉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좋다.고통속에 있는 수재민들을 생각하면서 추석을 맞자.생각만으로도 사회는 아름다워질 수 있다.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진 것이 너무 많음에 민망해 할 것이다.모처럼 만나는 형제와 가족은 더욱 소중해질지 모른다.나를 떠나 가족으로,이웃으로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 추석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애증이 증폭,확산되는 만남들이 될 것이다.서울과 지방의 여론과 생각들이 교환되면서 지지 후보에 대한 지지는 더욱 공고해지고,다른 후보에 대한 반대는 미움으로 격화될 수있다.여의도의 절제되지 않은 비난과 경멸은 추석 귀성을 통해 온 국민들의 몸속으로 체화될지도 모른다.미움은 선거를 과열시키는 데 끝나지 않고 선거 후유증을 낳게 마련이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도 한 공동체로 살아야 한다.이번 추석에는 후보에 대한 애증만 키우지 말고 정치적 공동체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자기가 좋아하는 후보가 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그러나 반대하는 후보가 되어도 괜찮다는 여유로움을 보름달에서 배울 수는 없을까.미움은 그 대상보다 자신을 더 해치게 되는 것임을 웬만큼 세상을 살아보면 알게 되는 진리가 아닌가.
2002-09-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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