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만난 사람/ 영화감독 박진오-연기자 송채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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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22 00:00
입력 2002-05-22 00:00
“벌써 장편을 구상중이에요.빨리 새 영화를 찍고 싶어요. ”(박진오)

“연기자가 편식하는 게 어떨지 몰라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연극무대이에요.성숙한 배우로 무대를 채워 보고 싶어요.”(송채환)

칸에서 만난 영화감독 박(32)·연기자 송(34)씨 커플.잉꼬부부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했다.박 감독이 칸으로 온 건 영화과 학생들의 단편을 대상으로 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기 때문.

부인 송씨가 따라온 건 영원한 그의 ‘조연출’이고 싶어서란다.“기술적인 뜻에서가 아니라 영화속내를 모두 털어놓고 편히 의논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요.박 감독에게 그렇게 어깨가 돼 주고 싶어요.”

뉴욕대(NYU)영화과 대학원 3학년인 박씨의 출품작은 2학년때 만든 ‘리퀘스트’.어머니의 죽음을 맞은 8세 남자아이가 시체를 닦는 의식을 지켜보며 성장하는 과정을 예민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 12분짜리다.칸이 졸업을 한참 남긴 학생의 오래전 작품을 불러들인 건 유례없는 일.‘죽어도 좋아’라는 데뷔작으로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PD출신박진표(36)씨와 함께 형제가 나란히 칸 문턱을 넘어선 경우도 드문 일이다.

“형과는 성격도 외모도 많이 틀려요.영화와 관련된 특별한 교류체험도 없고요.근데 어느날 보니까 둘다 영화에 빠져 있더라고요.”

서울예전 선후배사이인 박-송 커플은 캠퍼스에서 만났다.송씨가 88학번으로 1년 선배.송씨가 데뷔작인 ‘장군의 아들’로 얼굴을 알리기 전부터 사귄 이들은 시라큐스대-NYU를 거치는 박씨의 유학생활 때문에 장기간 떨어져 있었는데도,애정은 도탑기만 하다.

“전세계 유망신인을 일찌감치 낙점하는 칸의 리스트에들었다는 건,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더 많이 할 길이 열렸다는 데 불과해요.”박 감독은 그저 영화얘기다.“아내는정말 좋은 연기잔데….보여준 재능은 10분의 1도 안돼요.”이처럼 아내 칭송할 때를 빼곤 말이다.
2002-05-2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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