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 월드컵 손님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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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15 00:00
입력 2002-05-15 00:00
요즈음 횡단보도를 지나다 보면 신호등의 변화를 느끼게된다.예전에는 파란 불과 빨간 불이 단순 교차하는 형태였는데 언제부터인가 파란 불이 빨간 불로 바뀌기 직전에 파란 불이 깜박깜박함으로써 보행자로 하여금 빨간 불로 바뀌는 시간을 어느 정도 예측케 해주고 있다.최근에는 깜박깜박하는 파란등 옆에 파란 역삼각형 9개를 추가하여 1∼2초 간격으로 줄여줌으로써 빨간 불로 바뀌는 시점을 보행자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선진국임을 가늠케 하는 여러가지 척도중 하나가 이같은 ‘예측가능성’이 아닌가 싶다.위의 신호등 시스템의 변화는 비록 작은 일이지만 예측 가능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제 월드컵을 맞아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다.과연 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경기장을 찾고 관광길에 나서는 과정에서 그들이 지닌 잣대로 볼 때 우리나라의 ‘예측가능성’ 정도를 얼마만큼 평가해 줄지 궁금하다.

작은 골목 도로일지라도 이름을 붙이고 운전자가 도로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지판을 꼼꼼히 붙여 놓은 그들이 우리 도로체계에서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도로를 중심으로 왼쪽 건물들에는 홀수 일련번호를,오른쪽 건물들에대해서는 짝수 일련번호를 부여함으로써 건물번호만 알면쉽게 그 위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그들이 우리의 건물번지수 체계를 보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엘리베이터 안에서,좌석을 기다리는 레스토랑 대기실에서,경기장 스탠드에서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되는 낯선 사람에게도 눈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밴 그들이 대부분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나치는 우리네의 행동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

월드컵을 맞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예측가능성이라는 잣대로 볼 때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데 더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도로명을 붙이고 건물번호를 부여하며 교통표지판을 설치함에 있어 이런 예측가능성 잣대를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이런 것을 고려해야 할 위치에 있는 담당자가 내일이라도 당장 자신이 외국에서 막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라 생각하고 상암경기장을 비롯한 10개지역 경기장을 찾아가 보고 인근 관광지라도 돌아다녀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불편없이,예측 가능하게 마련되어 있는지 꼼꼼이 점검하면서 말이다.

홍남기 기획예산처 과장
2002-05-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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