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김항섭교수 논문 비판 “한국가톨릭 보수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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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2-04 00:00
입력 2002-02-04 00:00
한국 가톨릭교회가 IMF 사태이후 급격히 보수화됐으며,지금같은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신도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김항섭 교수는 최근 ‘가톨릭사회과학연구’(가톨릭사회과학연구회刊)에 발표한 ‘IMF 경제위기에 대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인식과 대응’ 논문을 통해 한국가톨릭교회의 보수화 경향을 정면비판,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가톨릭교회의 보수화 현상’과 ‘사회적 실천방안으로서의 사회구호 운동의 문제점’ 등 두 주제에 초점을 맞춰 IMF 경제위기로 인한 한국 가톨릭교회의보수화 현상을 지적한다.

한국사회 개혁을 주도해 온 가톨릭교회는 80년대 이후 신자의 중산층화와 조직의 대형화로 인한 조직관리 부담증가,교회간 경쟁구도 강화 등으로 인해 급속히 보수화됐고,이같은보수화는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식태도와 실천방안에 있어서 큰 오류를 낳았다는 주장이다.김교수는 우선 가톨릭교회가 ‘국민의 과소비와 사치풍조’를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부각시키면서 각종 미사와 교구장 메시지 등을 통해 ‘분수에 맞는 검소한 생활’을 강조한 측면을 지적한다.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구조적인 원인파악과 근원적인 해결책을 모색·제시해온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에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란 것이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사회·구조적 측면보다 개인·도덕적 측면을 강조한 나머지,위기극복을 위한 실천으로 ‘정치유착과 부정부패 척결’‘경제 구조 개혁’ 등에 대한 비전제시와여론 형성 노력이 전무했다는 것.대신 ‘사회구호 사업’이중심이 된 ‘사회복지 프로그램’ 운영이 실천 영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특히 IMF 이후 급증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실업자 개인이나 가정에 대한 개별적이고 일회적인 지원(무료급식,상담실,쉼터 운영 등)을 중심으로 추진돼왔음에 주목한다.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찾고 대안적 모델을 연구·제시하는 등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활동은 수행되지 않았다는주장이다.결국 IMF 경제위기를 전후한 사회구호 활동의 양적 팽창은 교세 확장과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중시하기 시작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보수화의 측면으로 김 교수는 해석한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IMF 경제위기 탈출에 가톨릭교회가 기여한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처럼 과학적·진보적 상황인식과 대응전략 수립에 무딘 가톨릭교회라면 향후 어떠한 정치·경제적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별다른 도움이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성호기자 kimus@
2002-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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