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인디펜던트紙 “설마가 참사 불렀다”
수정 2001-09-19 00:00
입력 2001-09-19 00:00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미국의 여야 의원들이 지적하는 ‘정보기관의 잘못’이 전적으로 무지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많은 증거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물론 국무부와 CIA에서도 정보를 입수했다. 테러가 있기 3주 전 FBI가 쫓고 있던 용의자 2명은 이번 19명의 자살 테러범 명단에 포함돼 있다.
신문은 “FBI는 당시 이들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아무런 설명 없이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경비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테러범들이 미국에서 비행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힌 로버트 멀러 FBI 국장의 발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테러에 빈 라덴과 관련된 용의자 명단에 포함된 에삼 알 리디와 아하브 알리 나와위 2사람은 1998년 미국대사관 폭파사건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이미 당시에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이밝혀졌다.
신문은 “당시 알 리디는 빈 라덴의 요청으로 미국에서 구입한 군용 항공기 1대를 수단까지 몰고 갔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알 리디는 연방정부의 관찰대상에 올라있었다. 이는 FBI가 3년 전부터 조종사 훈련에 관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공격 4일 전 국무부는 테러를 경계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지난 5월에 이어 주요 기관에 다시 내려보냈다. 이에 대해 신문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권고문을 다시 내보내기로 했다는 자체가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였다”면서 “국무부가 이 권고를 다시 한 것은 어떤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사건 당일밤 CNN방송에 출연,“CIA는 지난 8월 빈 라덴 추종자들의 공격을 분쇄했다고 잘못 믿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와 관련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신문은 이점을 들어 “CIA가 이미 확보한 증거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2001-09-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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