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밤새 불 밝히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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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06 00:00
입력 2001-09-06 00:00
‘잠실 야구장의 조명등은 꺼지지 않는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밤이면 잠실 야구장의 조명등은 밤새 켜져 있다.관중들이 버리고 간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우느라 환경미화원들이 밤샘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5일 새벽 1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야구장.조명을 환하게 밝힌 채 환경미화원 20여명이 전날 밤 롯데와 LG의 프로야구관중 8,000여명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관중석 구석구석에는 찢어진 신문지와 은박지 가루,먹다만 통닭,햄버거,족발 등 각종 쓰레기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반입이 금지된 맥주캔도 곳곳에 굴러다니고 의자 사이에는 담배꽁초들이 박혀 있었다.신문지 등은 비라도 내리면 바닥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곳을 무대로 생활하고 있는 수백마리의 비둘기들은 경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든다.비둘기 깃털과 배설물이 미화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경기장 주위에 설치된 6개의 조명탑에는 1㎾ 전구가 130개씩 달려 있다.청소작업을 할 때면 각 탑마다 9개의 전구를켜 놓는다.잠실 야구장의 한달 전력 사용료는 3,000만∼3,600만원선.

‘밤샘 청소’에는 하루평균 100ℓ들이 대형 쓰레기 봉투 80∼100개가 들어간다.지난해보다 20∼30% 가량 늘었다는게미화원들의 얘기다.

올들어 쓰레기가 부쩍 늘어난 것은 야구장 운영이 민간에위탁되면서 새로 문을 연 대형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6곳이 한몫했다.경기가 있는 날이면 몇시간 사이에 업소마다 650만∼1,300만원 어치의 먹거리가 팔린다.야구장 주변의 20여곳에 이르는 노점상도 쓰레기의 진원지로 꼽힌다.

쓰레기 사정이 이쯤되자 운영본부측은 한때 입장 관중들에게 소형 비닐봉투를 나눠주고 분리수거함도 설치했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지금은 쓰레기통 300여개만 설치돼 있다.

야구장 청소경력 4년째인 김효심씨(45)는 “관중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뒤치다꺼리에 고생하지 않을텐데 아직까지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운영본부 관계자는 “일본의 야구장은 쓰레기 발생량이 우리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사용한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모아주는 작은 배려가 아쉽다”고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2001-09-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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