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민족 갈등
기자
수정 2001-04-12 00:00
입력 2001-04-12 00:00
10년전 걸프전쟁 때 텔레비전 뉴스에는 날마다 미국이 이라크에 있는 도시들에 폭탄을 터뜨려 건물들이 허물어지고불꽃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온 도시가 정전이 되는 장면들이 나왔다.분노한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독물 가스폭탄을터뜨려 이스라엘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지하실로 몰려들어 울면서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방탄가스 마스크를 씌우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공포에 떠는 장면들도 보았다.
이 모든 것들은 지난날의 역사 때문에 죄없는 지금의 시민들을 미워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가를 일깨워줬다.
또한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준 적이 있다.하루는일본군들이 트럭을 몰고 거리에 나타나 길가는 젊은 한국여자들을 다 잡아 트럭에 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때는 물론 분개했지만 어머니는 가끔 머리를 길게 땋은학생시절 일본인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찍은 자신을 보여주며 그 친구들의 거처를 궁금해하시고 다시 만나 보고싶어 하셨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민족간의 갈등은 내 가슴 속 어두운곳에 남아 있던 일본에 대한 적개심에 한줄기 빛을 비추어주었다.어느새 내 마음속 미움의 얼음덩어리는 봄날 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렸다.
요즘의 항공 시스템은 옛 이야기 속의 요술 양탄자를 타는것처럼 몇 시간이면 겨울의 나라에서 여름의 나라로 날라가게 해준다.이웃의 영역도 넓어져 지구 저 편의 나라들도 서로 이웃사촌이 되는 세계화시대이다. 역사의 반목과 오류를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나가는 것이 어떨까.
곽 수 서양화가
2001-04-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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