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천황과 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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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07 00:00
입력 2001-04-07 00:00
일본 국수주의 세력은 이른바 ‘자학사관(自虐史觀)’을극복해야 한다며 ‘황국사관(皇國史觀)’을 되살리고 있다.

역사 교과서 왜곡이 그 방증이다.황국사관은 자국의 치부를감춘 채 이웃 민족을 열등시해 자존심을 극대화하려는 비뚤어진 사관에 다름아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일부 일본 언론이 우리를 더욱 약오르게 한다.중국은 강경 대응하고 있으나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라는 보도가 그것이다.물론 우리사회에서도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서부터 국교 단절에 이르기까지 강경 대응론이 비등하고 있다.그러나 국교단절 주장등은 무모하다는 생각이다. 일본 국수주의의 발호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일간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심화된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왕이 우리 국내에서도 흔히 천황(天皇)으로 불린다.

한 의원은 이를 천왕(天王)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발상은 참고할 만하지만 착지점은 사리에 맞지 않다.과거처럼 일왕(日王)으로 환원해야 마땅하다.

서양의 황제(emperor)는 옥타비아누스 이후 다민족을 통치하는 로마제국의 임페라토르에서 비롯됐다.반면 중국에선기원 전 221년 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고대의 3황5제를 능가하겠다며 황제(皇帝)라는 존호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천황 호칭은 덴무,지토 두 왕이 다스리던 7세기후반에서 8세기 초반에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다.빗나간 민족 우월감을 고취하는 천황 호칭은 중국에서도 당(唐) 고종만이 유일하게 썼다.엄밀히 말해 일본이 입헌군주제하에서상징적 존재일 뿐인 그들의 군주를, 왕으로 부르든 황제로‘참칭’하든 그들 내부문제다.그러나 일황(日皇)도 아닌‘하늘(神)이 내린 황제’라는 천황 호칭을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문제다.



지난해 모리 총리가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의나라”라고 했을 때 우리는 귀를 의심하면서 단순 말 실수로 치부했다.그러나 이번에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부 교과서 내용은 천황제가 국수주의적 황국사관과 맥이 닿아 있음을 실감케 한다.따라서 천황 호칭을 일왕으로 바꾸면 어떨까.황국사관의 미망에 빠져 있는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면 일왕도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보통사람임을일깨워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구본영 논설위원kby7@
2001-04-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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