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둥이’ 김수정양 회사사장에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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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1-03 00:00
입력 2000-11-03 00:00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란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무척 즐겁습니다” 전북 전주 수정택시대표 채규정(蔡奎正·51)씨는 2일 전주 유일여고 교장실에서 16년만에 만난 이 학교 1학년 김수정양(16)에게 장학금100만원을 전달하곤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채씨는 김양이 졸업하는 2002년까지 해마다 100만원씩 지원해줄 계획이다.

김양은 지난 84년2월 당시 만삭이던 어머니 안모씨가 산부인과에 가려고 이 회사 택시에 탔다가 갑자기 산통이 오는 바람에 택시 안에서 태어난 인연이 있다.이후 김양의 부모는 택시회사의 이름을 따 ‘수정’이란 예쁜 이름을 지어줬다.

채 사장은 당시 김양의 어머니인 안씨에게 ‘아이를 잘 키우라’는말과 함께 미역과 우유 등 산후 조리용품 등을 전달한 뒤 지금까지까마득히 잊고 지내왔다.

그러던중 채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 학교 체육담당 조용우 교사(49)로부터 ‘16년전 택시 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를 기억하느냐’는말을 전해들었다.조 교사가 우연히 수업시간에 김양에게 이름이 참예쁜데 누가 지어 줬느냐고 물었다가 김양과 택시회사와의 인연을 알게된 것.

조 교사는 이후 이 사실을 채씨에게 전했고 채씨는 건강하게 잘 자란 김양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고교학비 전액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의했다.



채씨는 “운수업계에서는 차 안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면서 “회사가 그때보다 크게 번창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어려울때 이만큼이나마 회사를 유지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성공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79년 전주에서 운수업을 시작한 채씨는 현재 80여대의 택시를 소유한 중견 택시회사를 운영하고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2000-11-0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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