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뇌사상태 국회
기자
수정 2000-08-23 00:00
입력 2000-08-23 00:00
지금 상황으론 8월 임시국회는 허송세월이 될 게 뻔하다.9월 정기국회마저 제대로 운영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여야 정당이 정작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등한시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국회가 긴 낮잠에 빠져 있는 사이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50년 만에 만나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이제는 헤어지지 말자’는 눈물겨운 혈육의 정은 아직도 온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이 뿐인가.의료계 재폐업에 따른 의료대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시급한 민생현안인 금융지주회사법이나 추가경정예산안,산불 및 구제역에 대한 피해보상법은 또 어떤가.이들 법안은 그야말로 국민의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국리민복’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또 경제·교육부총리 직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도여전히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강건너 불보듯 구경만 하고 있다.여야가 머리를 맞대도 신통치 않을 판에 정치가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여야 모두 국회를 조기 정상화할 의지가 별로없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당초 ‘항명 3인방’의 출국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단독처리가 어려워지자 이들이 돌아오는 이달 20일쯤 민생을 위한 단독국회를 다시 열겠다고 공언했었다.그러나 오는 30일 최고위원 경선에 당력이 집중돼 있어 국회 운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15명의 최고위원후보 가운데 14명이 현역의원인 만큼 의결정족수를 채우기도 어렵다.
한나라당도 국회법 개정안의 변칙처리 사과 원칙에서 꿈쩍도 않고있다.마치 이 문제가 국가의 존립이라도 위협한다는 듯한 자세다.
“실패보다 더 무서운 것이 포기”라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정말 정치권을 포기하는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아야 한다.정치권의 대오각성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촉구해 본다.
[주현진 정치팀기자 jhj@]
2000-08-23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