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남북한의 변화와 국회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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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6-23 00:00
입력 2000-06-23 00:00
남북이 총부리를 겨눈 지 50번째 맞는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지금 한반도에 몰아닥친 빠른 변화의 물살에 요동치고있다. 상임위마다 여야의원들은 앞다퉈 ‘남과 북’의 오늘과 내일을 얘기하고 있다.남북정상회담이 남긴 성과를 재단하고,던져진 과제를 꼽아보기도 한다.‘이렇게 하자’,‘저렇게 하자’는 제안들도 봇물을 이룬다.지난 20일상임위 활동이 시작된 뒤로 16개 상임위 가운데 어느 하나 북한을 얘기하지않는 곳이 없다.가히 남북정상회담 ‘열풍’이다.

상임위에서 터져 나오는 주장들은 의원 수만큼 다양하다.하지만 혼란스러운측면도 있다.

지난 20일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공항 영접을우리정부가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국제법상 국군포로는 없다”는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의 발언은 국방부의 강한 반발 속에 사흘째인 22일까지 여야간 공방으로 이어졌다.21일 문화관광위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관련보도의 한계를 놓고 여야간 시각차를 드러냈다.

갑론을박(甲論乙駁)은 여야간에는 물론 정부 안에서,그리고 여야 내부에서도 빚어지는 양상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항영접에 대해 통일부 장·차관은 나란히 앉아 다른 소리를 했다.영수회담에서 나눈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화내용이 밖으로 새나가자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비난했고,청와대는 반대로 사과했다.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은 “공동선언은 정치적 선언의 의미가 강하다”는 교과서식 답변으로 여당의원들의 항의를 자초했다.

갑작스런 남북교류의 물결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보다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초헌법적 행동이 아니냐”(曺雄奎 의원,21일 통일외교통상위)는 발언은 아노미(심리적 공황)로까지 비쳐진다.

변화는 혼란을 수반한다.그리고 이 혼란은 자연스럽고 바람직스럽기도 하다.하지만 안정으로 가는 과정일 때에만 혼란은 가치를 지닌다.



지금 한반도는 50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6월을 설레는 마음으로 경험하고 있다.때문에 모든 것이 서툴다.냉철한 자세로 지금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하나씩 하나씩 국민적 합의로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그래야만 한반도는 더 큰 차원의 6월을 꿈꿀 수 있다.

진경호 정치팀 기자 jade@
2000-06-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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