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금난 파장/ 자구책 발표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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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29 00:00
입력 2000-05-29 00:00
정부와 채권단의 강력한 자구책 마련 요구에 현대가 28일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답했다.이에 따라 현대사태는 당분간 정부·책권단과 현대간의 ‘힘겨루기’로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그러나 아직 추가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는 정부·채권단의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 퇴진 요구에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피해갔다.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 등 일부 임원진에 대한 문책,핵심 계열사에 대한 매각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임원진 문책은 지난 26일 열린 주총에서 이 회장 등이 신임을 받았고,핵심 계열사 매각은팔아야 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대신 현대건설의 유동성 자금 확보에는 적극성을 보였다.일부 부동산과 상장 및 비상장 주식 등을 매각해 5,000여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유동성 확보도 채권단은 유가증권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3조∼4조원 조달을 요구했으나 현대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1조1,826억만 조달하고 나머지 2조3,000억원은 투자계획 축소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나머지는올해 예정돼있던 6조5,000억원의 투자금액을 4조3,000억원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2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투자금액 축소는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이다.

현대의 이같은 입장은 정부가 무조건 밀어붙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의 발표는 정부·채권단과의 협상용에 불과해 조만간 현대가 정부·채권단이 수용할 만한 자구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시장의 신뢰확보가 다급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양측간의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는 한 쪽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합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채권단은 한빛조흥 주택은행과 농협이 각 500억원씩 현대건설에 추가지원하기로 한 2,000억원은 현대의 자구노력을봐가면서 집행시기를 결정,현대를 옥죌 방침이다.

주병철 안미현기자 bcjoo@
2000-05-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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