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문화를](2)사이버정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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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1-05 00:00
입력 2000-01-05 00:00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의 ‘국회에 바란다’라는 토론방에는하루 100여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한다.최근에는 국회 개혁과 16대 총선의 후보 선정 기준 등이 토론의 화두로 등장했다.정책 민원도 심심찮게 떠오른다.
여의도의 사이버 정치가 다가오는 미래형이 아니라 치열한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 수요와 공급의 무대가 학교 운동장이나 도심 공원 등 한정된 장소에서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로 옮겨진 것이다.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쌍방형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나 가능했던 직접민주주의가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4·13총선이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전자민주주의를 21세기 새로운 정치행태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96년 15대 총선을전후해 선보였던 ‘온라인 정치’가 선거문화의 보편적인 양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군중 동원식 ‘거리 정치’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사이버 정치의 가능성은 무한하다.한 차례에 많게는 수억원 이상 소요되는 군중 집회로는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시대적 요청과 맥이 닿아 있다.
후보간 사이버토론회와 선관위 홈페이지를 이용한 후보 홍보의 활성화 등이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의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거론된 것도 사이버 정치의단면을 드러낸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지역에 출마하는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은 “각종 선거에서 갈수록 네티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선거운동의 장(場)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인터넷을 모르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가설(假說)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현역 국회의원 대다수의 정보화 마인드는 여전히 낙제점이다.현재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운영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전체 299명 가운데절반이 넘는 150여명이지만 유권자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토론실이나 게시판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의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다.
인터넷을 제대로 운용하기보다 단순 선거용으로 갑작스레 사이버 정치공간에 뛰어든 사례가 많은 것이다.자칫 사이버 공간이 탈·불법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과 파급효과를 악용,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퍼뜨려 여론을 조작하려는 행태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오는 3월28일 이전 지역 유권자를 상대로 사이버 활동을 벌이는 것도 사전선거운동 단속 대상이다.
총선 과정에서 사이버 공간의 명예훼손,무고 등 혐의로 민·형사 소송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자민주주의에 걸맞은 정치 풍토의 선진화나 정치 주체의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사이버 공간이 또 하나의 정치도구에 그칠 수 있다는지적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2000-01-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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