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단군상 훼손은 국민이간 행위… 엄정 대처를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9-10-27 00:00
입력 1999-10-27 00:00
가족과 떨어져 태국에서 4년째 근무하는 42세의 직장인으로 기독교 신자이다.그런데 최근 고국에서 일어난 단군상 목 절단사건을 보고 놀랐다.

오래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이 생각난다.‘나는 죽어서 하늘의 조상님에게 갈 것이다.너도 죽으면 조상님 품으로 온다.그러니 명심하거라.할아버지를 포함해 조상님들이 너를 보고 있으니 행여 누를 끼치는 행동을 하면하늘에 와서 회초리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는 말씀이다.

사실 이 말을 깊이 믿지 않았고,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지만 가끔 ‘조상님이 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큰 힘이 되기도 했고,채찍질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외국생활을 하면서,특히 불교국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불교의 색채를 맛볼 수 있었다.그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몇번 다녀갔다.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 태국여행을 하다 절에서 아이들에게 “여기 왔으니 부처님에게 인사하자”고 말했다.그러나 아내는 “악마한테 무슨 절이냐”며 내게 핀잔을 하는 게 아닌가.

나 자신이 기독교를 믿지만 이런 시각에 대해 나는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자신이 믿는 종교가 아니라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아이들이 과연 자라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다른 나라는 없었던 일도 있었던 것처럼 꾸며내 국민들간의 단결과 결속을요구하는데 우리는 엄연히 역사적인 국조 ‘단군’의 목을 자르는 사건을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부정하는 성명서를 내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크리스마스에는 동방박사로 무대에 설 만큼 어린시절부터 기독교를 믿어왔지만 타 종교를 ‘악마’라고 부정하는 교육은 받아보지 못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타 종교는 ‘악마’라는 그릇된 교육이 퍼지고 있는 것같아 두렵다.

종교분쟁으로 피로 얼룩진 세계의 역사를 볼 때 정부는 이번 일을 안일하게 처리해선 안된다.전 기독교인의 마음이 아니라 소수 집단의 이상행동인 만큼 이는 국민을 이간시키는 추악한 행동이다.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만약 이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결국에는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서 모든 동상들의 목이 잘릴 것이며 사당이 불타게될 것이다.

박승권[태국에서·parksoungkwon@singburi.a-net.net.th]
1999-10-27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