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 갈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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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6-26 00:00
입력 1999-06-26 00:00
검찰에 비공식적으로 파견된 경찰인력의 복귀명령을 계기로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경찰은 경찰인력 복귀조처가 자체 인력난 해소와 검·경간 업무협조체제의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검찰은 경찰이 수사권 독립 논의를 앞두고 ‘목소리 키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235명의 경찰인력이 검찰에 파견돼 있는데 이가운데 68명만 상부의 공식 승인을 받았고 나머지는 검찰의 구두(口頭)요청에 일선 경찰서장이 비공식으로 파견했다고 한다.경찰은 또 감사원으로부터 과다한 경찰인력 파견을 지적받았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손실이 크다는것이다.게다가 다음달에 울산지방경찰청 개청을 앞두고 약 2,000명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공식 파견인원의 복귀가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찰의 이같은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비록 공개적인 논의가 유보됐지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놓고 벌어지는 기세싸움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지난달 검찰이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그 문제가 검·경간의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했었다.그런 판국에 경찰은 최근 파견인력 복귀조처에 이어 검찰을 포함한 대대적인 공직자 비리 사정에 나선 것으로 보도됐다.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검·경 갈등에 또 하나의 불씨를 보탠 셈이다.

공권력의 두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사회기강이 해이해져 있는 마당이다.검·경 갈등에 대한 우려가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행자부장관을 직접 불러 질책하고 조기 수습을 지시했겠는가.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행자부장관에게 “최근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경찰이 파견인력의 복귀를 지시,논란을 야기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고 지적했다.대통령은 또 법무장관에 대해서도 “검찰이 경찰청장의 승인 없이 경찰인력을 마음대로 차출해온 관행을개선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이 사전에 검찰에 대해 ‘협조요청’도 하지 않고 불시에 복귀명령을 내린 것은 잘못된 일이다.검찰 또한 경찰에대해 고압적인 태도로 임하던 자세를 반성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감정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이번 일을 풀어가기 바란다.또한 검찰과 경찰은 이번 일과 관련해서 “경찰 수사권 문제는 논의되지도 않았고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김대통령의 언급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1999-06-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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