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의 영역지키기 ‘고군분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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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6-22 00:00
입력 1999-06-22 00:00
김 장관은 21일 우체국과 한미은행의 대출업무 교류(대한매일 6월15일자 보도)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것과 관련,“(정통부의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협동조합 통합작업을 저해하며 장기적으로는 농촌금융체제를 파괴할 것”이라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국무위원이 다른 부처의 정책업무를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정통부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 예금담보대출의 경우 우체국 예금의 95% 범위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금리도 한미은행 금리와 같은 대출 서비스 실시를 발표했다.
이럴 경우 농·축협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우체국과 연계된 한미은행을 통해 대출받으면 이자가 훨씬 낮아져 기존의 농·축협 예금이 대거 빠져나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에 김장관은 정통부의 조치를 ‘우체국을 살리기 위해 농·축협을 죽이는’ 처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우체국의 한미은행 대출업무 대행사업이 농민들에게 단기적으로 금융이익을 가져다 줄 지 모르지만 이때문에 농·축협 중심의 농촌금융체제가 붕괴됐을 경우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농업금융을 정통부가 감당할 수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극단적인 부처 이기주의로 국정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김 장관은 “이 문제(우체국의 업무교류)를 국무회의에서 정식으로 거론하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식약청과 티격태격 농림부가 식품행정 일원화를 위해 ‘식품농업부’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제적 추세와 소비자 보호 취지에 어긋나는 부처 이기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장 사육과 재배단계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먹거리의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책임행정을 위해 일원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농림부의 입장.식약청은 이에 대해 “소비자 입장의 식품행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6개 부처로 다원화된 식품행정 관리를 전문성이 있는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식품행정은 식약청,농림부(축산물),해양수산부(수산물),국세청(주류),환경부(먹는물),통상산업부(소금) 등으로 다원화돼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교육부와 국방부,법무부가 각각 학교,군,교도소의 단체급식을 맡고 있다.식약청의 관계자는 “식품농업부로 일원화하면 식품안전 사고가 일어나도 생산자인 농민이나 업자를 두둔하게 돼 소비자 입장이 무시되기 쉽다”고 반박했다.
식품위생 관리가 일원화된 캐나다와 덴마크는 축산·낙농 수출국이어서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식약청의 주장.그리고 식품정책이 식품의약국(FDA)과 농무성(USDA) 산하의 식품안전검사처(FSI)로 이원화된 미국도 최근 FDA로 일원화하는 방침아래 후속작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김연화(金連花) 원장은 “식품안전 행정에서 식약청은권한은 있으나 의지가 부족하고 농림부는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미흡해 소비자만 매번 골탕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
1999-06-2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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