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봄맞이 들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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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3-20 00:00
입력 1999-03-20 00:00
이때 느껴지는 소박한 생각이 하나 있었다.나무는 왜 일평생 푸르고 향기로운 한가지 냄새로 일관되게 사는 것일까? 일평생 존재하는 것들에게 이익만주는 나무들은 한결같이 싱싱한 냄새로 모두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몸에서는 왜 풋풋하고 싱싱한 향기가 나질않고 누추한 잡냄새만 일평생 풍기는 것일까? 보통사람들은 그래도 사람끼리의 냄새니까 그렇다 치고,냄새중에도 지식인 썩는 냄새가 제일 고약하다고 한다.나는 승려로서의 일생을 어떻게 살아왔으면 속인도 아닌데 봄내음은 그만 두고라도 잡냄새만 나는 것일까.계율도 지키지 못해 청정하지 못했고 현실참여라는 명분아래 최루탄까지 오랜 세월 먹고 살았으니 오죽 하겠는가.
나는 30여년전 군대생활 할 때 유격훈련을 받다가 잘못돼 위장수술을 받은적이 있다.그런데,수술했던 그 부위가 헐어서 그대로 두면 위암이 된다는 종합진찰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세속에 어릴 적 친구가 병원에 인연이 깊어 나에게 종합진찰 받기를 권했다.나의 지난 세월도 어려웠지만 본사주지 4년동안 너무 고생한 것 같았고 지난해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중에 속을 많이 썩혔을 것이니 꼭 한번 종합진단을 받아보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해왔다.
지난 2월25일 수술 받기까지 며칠동안 상당한 망설임이 있었다.자연건강을하는 분들은 수술하지 말라고 권했고,수술을 하려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가야 한다고 모두가 성화였다.나 자신도 우리나라 병원은 오진이 많다는데‘그까짓 내시경 조직검사 한번으로 어떻게 초기위암이라고 몸에 칼을 댄단말인가’ 하는 잡념들이 나를 갈등하도록 했다.
그러나 고마운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용기있게 생사에 집착없이 지방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경과가 좋아 10일만에 퇴원했다.세상사에 있어서 우리사회의 온갖 병폐도 나의 병처럼 조기발견이 아니라 너무 늦은 부분도 많으니까서둘러 개혁이라는 대수술을 받았으면 한다.지금 때가 늦었다.온갖 유혹과방해를 과감히 물리치고 지도자가 과감한 결단으로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돼 있는 암적 병폐를 개혁하는 것이다.그래서 암의 부위 뿐만 아니라 온갖 잡된 것 다 배출시켜 버리고 병없이 깨끗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특히 가진 자와 아는 자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그리고 자신들이 사회의암적 존재인지,아니면 나무와 같이 향기로운 존재인지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왜냐하면 어느 사회에든 기득권층이 변해야 개혁과 발전이 있고이런 사회와 국가는 혁명이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신문에서 고학력자일수록 정치의식은 높지만 남녀차별이 심하고,학연,지연(역)에 연연함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기사를 보았다.우리나라는 지금 대전환기에 서 있다.나를 위한 전체가 아닌 전체속에서의 나의 역할을 찾아야 할 때이다.각자가 의식에 혁명적인 전환으로 자기를 개조해 개혁의 주체가 될 때 우리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이제 나는 더욱 청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들판 길을 걷는다.우리 모두가 나무처럼 살자.우리 모두가 봄이 되자.희망 가득한 봄빛이 되자.더욱 더 이 땅의 모든 합병증을 스스로 치유하고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봄기운이 되자.존재하는 것들이 모두 함께 상생하는 봄날이 되자.
지선 백양사 스님
1999-03-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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