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 전용구장‘눈물의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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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3-17 00:00
입력 1999-03-17 00:00
지난 84년 세워진 후 15년만에 국내에는 하키 전용구장이 하나도 없게 된 것.
“비인기 종목은 이 땅에 발붙이지 말라는 얘기밖에 더 됩니까.”하키인들의 눈에는 눈물이 배어 나온다.
그동안 하키는 여자의 경우 88·96올림픽 은메달,86∼98아시안게임 4연패의 금자탑을 세웠다.남자는 86서울아시안게임과 90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우승을 일궈냈다.국가대표팀 뿐 아니라 주니어 등 전국의 하키팀은 모두 시간을 쪼개 성남에서뛰는 보람을 지녀왔다.지난 12일만 해도 성일중 등 몇몇 팀이 봄철 중고대회(3.20∼4.1)에 대비해 비지땀을 쏟았다.지난해 12월 성남시의 축구경기장 전용계획이 발표된 뒤 협회는 이 구장을 살리려 성남시와절충을 벌였으나 허사가 되고 말았다.
많은 성남시민과 체육 균형발전을 바라는 이들은 ‘하키 메카’의 자부심이 무참하게 꺾인 데 깊은 실망감에 젖어있다.더욱이 올 한해를 ‘한국하키 전진의 해’로 삼고 새 국제대회 창설 등 청사진을 설계해 놓은 협회 집행부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무엇보다 사전협의는 커녕 대안을 모색할 틈마저주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성남시의 행정에 아연실색해 한다.
양성진 협회 사무국장은 “그야말로 셋방 얻을 시간도 안준 채 전세집에서쫓아낸 꼴”이라며 한탄한다. 또 88서울올림픽 대표로 활약한 성일고 김재천 코치(31)는 ‘올림픽 하키대회가 벌어진 성남의 자랑’이라고 새겨진 경기장 입구의 동판을 가르키며 “이젠 제자들 볼낯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1999-03-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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