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용 ‘백화점식 질의’/국감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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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26 00:00
입력 1998-10-26 00:00
23일 재경부 국감은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질의가 끝났다.곧바로 장관 답변이 시작됐으나 의원들이나 장관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다.자정 넘어까지 답변이 진행되면서 시간에 쫓겨 ‘서면대체’가 줄을 이었다.날카로운 추가질의나 명쾌한 답변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부실국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재경위에 국한되지 않았다.국방위나 통일외교통상위 등 다른 대부분 상임위도 비슷했다.애초부터 ‘효율 국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유는 간단하다.천편일률적인 백화점식 질의 때문이다.30명 의원들은 저마다 중요하다 싶은 주제는 빼먹지 않고 ‘단골메뉴’로 올렸다.지루한 중복 질문이 줄을 이었다.
백화점 질의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의원들은 “남들이 질의한 주제라고 빼먹을 수도 없고…”라며 스스로도 멋적어 하는 눈치다.자신의 활동상을 국회 속기록에 남기는 동시에 신문,방송을 위한 ‘언론용’이라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대답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실있는 국감이다.핵심없는 장황한 질문을 듣는 장관이나 기록용 질의를 해야하는 의원들이나 고역이긴 마찬가지다.‘질의로 날 새는 국감’보다 답변 위주로 운영되는 국감이 절실하다.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과 명쾌한 답변이 어우러진 국정감사가 언제나 이뤄질지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吳一萬 기자 oilman@seoul.co.kr>
1998-10-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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