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촌/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수정 1998-03-13 00:00
입력 1998-03-13 00:00
실제로 이곳에 살던 중종때의 정승 이행은 공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베옷에다 나막신을 신었으며 때마침 급한 결재때문에 정승을 찾아왔던 대궐의 녹사가 동구안 초막에서 나오는 정승을 보고 기절했다는 기록이 있다.너무도 강직하여 죽음앞에서도기개를 굴하지 않던 박팽연과 연산군때의 청백리 홍귀달,성종때의 손순효도 이곳에 살면서 남산골을 ‘청빈사상의 성지’로 만든 주인공들이다.
‘남산 되찾기운동’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필동 옛 수방사터에 ‘한옥촌’이 손질을 끝내고 내달에 드디어 문을 여는 모양이다.물론 이곳에 들어선 한옥들은 궁색함과 선비의 염결로 상징되던 단칸짜리 한옥들은 아니다.본래는 종로구 관훈동에 있던 박영효의 집을 비롯 양반가 서민가들이 남산의 산자락과 대칭되어 멋들어진 한옥의 선과 도도한 자연의 미를 마음껏 과시하게 된다.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한국의 멋과 전통문화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교육장이 될 것 같다.
요즘은 모두가 하나같이 가파른 생활에 쫓기는 나날이다.개나리 진달래가 꽃망울 틔우려는 남산에 올라 오랜만에 봄의 정취도 맛볼겸 그 옛날 ‘딸깍발이 정신’인 가난의 초연을 실감해 보는 것도 어려운 생활을 살아가는데 한 오기일 수 있겠다.
1998-03-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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