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사의 순직 그뒤/이지운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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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1-23 00:00
입력 1997-11-23 00:00
22일 상오 10시 강도범의 칼에 찔려 순직한 서울 동대문경찰서 남궁견 경감(60)과 김상재 경사(30) 영결식이 엄수된 서울청기동단 연병장.남궁경감의 미망인이 울먹이며 되뇌인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가슴보호대나 방탄조끼가 있었더라면 화는 면할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때문이었다.미망인은 마치 자신의 가슴이 칼에 찔린 것처럼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현재 일선 경찰서 형사계 직원들은 물론 강력반 형사들에게조차 방탄조끼가 지급되지 않는다. 심지어 강력범 검거를 위해 서울경찰청 산하에 별도로 설치된 형사기동대조차 이같은 장비가 없다.
범죄는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단속에 나선 경찰이 청소년이 휘두른 칼에 찔리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이 폭행을 당해 숨지는 세상이다.이지경이라면 어찌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제대로 보호받겠는가.
두 경찰관의 순직은 일선 경찰관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가를 새삼 일깨우고 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다.
사실 당직과 철야 등을 번갈아 해야하는 형사계 반장이 지방 출장을 내려가는 일은 흔치 않다.대부분 강력반의 몫이다.
그럼에도 남궁경감이 출장을 자청했던 것은 “기소중지자 검거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남궁경감은 사고 당일 전남 순천에 수배자가 2명씩이나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검거하기 위해 직접 내려갔다.
연중 계속되는‘기소중지자 검거령’은 가뜩이나 인원과 장비가 부족한경찰관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지난 6개월간만 해도 6월∼7월,9월∼10월은 조직폭력배 검거기간이었다.그기간중 10월15일부터 한달간은 기소중지자 검거기간과 중복됐다.
실적이 저조하면 지휘자가 문책을 받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각종 ‘검거령’때문에 형사계가 텅텅 비고 민생치안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윗분’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두 경찰관의 순직을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몸바쳐 지키고 있는 경찰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1997-11-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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